brunch

한국, 바다의 의미

3월 22일, 연평해전, 천안함 그리고 바다를 수호하는 것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처럼 느껴지는 하루이지만 휴전 중이며 대치중인 바다에서 보내는 하루는 일상 속에 긴장을 항상 유지해야 했다. 그렇게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대표적인 직업이 어부와 해군이다. 제한적인 환경에서 최적의 공간활용과 동선설계를 통해 살아가야 하는 해군은 배가 집이고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직업군인을 비롯하여 의무복무를 하는 군인들도 배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반 사람들이 육지에서 보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만 바다 위에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없기에 특별한 시간이기도 하다.

MG0A1135_новый размер.JPG

여느 날과 다를 것이 없이 배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던 공간에서 갑작스러운 큰 충격이 전해진 것은 2010년 3월 26일이었다. 백령도 남방 2.5㎞ 지점 서해 NLL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해군의 어뢰 공격에 의해 배의 허리가 잘려나갈 정도의 큰 충격이 있었던 것이다. 104명의 승조원이 승선했던 1,220 ton급의 배는 그렇게 바다밑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MG0A1099_новый размер.JPG

그렇게 가라앉은 천안함은 2023년 세 번째로 이름을 이어받고 신형 호위함으로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작전배치되었다. 2,800톤급으로 규모와 각종 장비가 업그레이드된 천안함의 승조원들은 천안함 46명의 추모비를 참배하였다고 한다. 천안을 함명으로 사용한 것은 세 번째로 최초 천안함(LCl-101)은 1946년 미국으로부터 인수해 취역했다가 퇴역한 이후에 다시 1989년에 취역하였다가 2010년에 폭침된 것이다.

MG0A1128_новый размер.JPG

대한민국 해군의 작전 사령탑은 해군작전사령부로 1952년 8월 1일 확대 개편한 '제1함대'의 사령부가 모체가 되어 1986년 2월 한국함대를 작전사령부로 개편하고, 제1·2·3·5·6 해역사령부를 제1·2·3함대로 재편성되었는데 제1함대(동해), 제2함대(서해), 제3함대(남해)로 각각 사령부는 동해, 평택, 영암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로 치면 충청, 전라, 경상에 자리했던 수군의 편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MG0A1208_новый размер.JPG

3월 서해수호의 날에 앞서서 찾아가 본 곳은 서해를 방어하는 해군 제2함대 사령부가 자리한 평택이었다. 평택시의 해군 제2함대 사령부가 자리한 곳은 우연하게도 통일신라시대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중국으로 가다가 머물렀던 굴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MG0A1225_новый размер.JPG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평택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사령부의 건너편에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굴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MG0A1242_новый размер.JPG

평택의 모든 명소를 다룰 수 없겠지만 발이 닿는 마을마다 시대를 대표했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수도사의 언덕에 자리 잡은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에서는 원효대사의 일대기는 물론 비를 피해 갔던 토굴을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 원효대사가 원했던 세상은 분열과 갈등이 최소화된 화쟁사상을 꿈꾸었었지만 인류역사에서 평화는 힘이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로 향해본다.

MG0A1008_новый размер.JPG

평택에 자리한 해군 제2함대 사령부는 가장 많은 분쟁과 크고 작은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해에서는 끊임없이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북한이 무력충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51년 11월 군사분계선 설정 당시 육상경계선에 대한 양측 합의는 이루어졌으나 바다에서의 명시적인 합의가 없었던 것에 유엔군은 서해상에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영해 기준 3해리를 고려하고 연평도 · 백령도 등 5개 도서와 북한 지역과 개략적인 중간선을 기준으로 북방한계선을 설정하였으나 북한 측은 이를 유엔군의 일방적 조치라며 그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

MG0A1018_новый размер.JPG

앞서 2010년 3월에 침몰된 천안함에 승선했다가 전사한 박경수 상사는 8년인 2002년 제2 연평해전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제2 연평해전 때 침몰한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다. 이때 정장인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한상국 상사 및 조천형 · 황도현 ·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의 전사자와 18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2002년 6월 29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가장 뜨거웠던 한일월드컵일 것이다.

MG0A1042_новый размер.JPG

2002년 제2 연평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가장 많이 대응했던 것은 차단기동(밀어내기 작전)이었다. 1999년 6월 7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 서북쪽 10㎞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3척이 어선 보호 미명하에 북방한계선을 3.5㎞ 침범했을 때도 차단기동만을 통해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그로부터 3년 후인 제2 연평해전은 그렇지 못했다.

MG0A1047_новый размер.JPG

정부는 2008년 4월 ‘서해교전’으로 불리던 이 전투를 ‘제2 연평해전’으로 명명하고, 추모행사도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주관하에 정부기념행사로 승격시켰으며 5단계 대응에서 축소해 적극적으로 “시위기동 · 경고사격 · 조준격파사격”의 3단계 대응으로 개정되었다.

MG0A1049_новый размер.JPG

예로부터 바다는 한 국가가 존속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기도 했었다. 바다는 가장 빠르게 많은 자원을 이송할 수 있으며 전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지금도 전 세계의 곳곳에서는 그 바다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MG0A1052_новый размер.JPG

북방한계선을 넘기 시작한 북한 경비정들은 10시 25분 근접차단을 실시하던 대한민국 해군의 참수리 357호에 대해 집중사격을 가하면서 치열한 전투가 이루어졌는데 6월 29일 오전 9시 54분부터 오전 10시 56분까지 31분간 진행된 후 북한의 SO · 1급 초계정 등산곶 684호가 반파된 채 북으로 퇴각함으로써 종결되었다.

MG0A1058_новый размер.JPG

당시에 사용했던 무기들이 서해수호관에 전시가 되어 있다. 제2 연평해전은 영화로도 개봉된 적이 있었는데 대! 한! 민! 국! 을 외치던 2002년의 급박했던 이들의 모습을 잘 그려낸 적이 있다.

MG0A1062_новый размер.JPG

당시 참수리 357호에 타고 있었던 이완부장은 이후 2015년 영화개봉당시 소령, 2016년 중령으로 진급하였으며 2023년에 대령으로 진급했다고 한다.

MG0A1143_новый размер.JPG

제2 연평해전과 천안함침몰로 인해 전사한 군인들의 생활상과 모습들이 이곳에 있다. 그냥 사진과 이름으로만 기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았고 그 행적에 대한 기록들이 이곳에 남아 있다.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조천형 상사의 딸인 조시은은 이제 2025년 해군 소위 임관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MG0A1153_новый размер.JPG

NLL로 정해진 선은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역사 속에서 국경선을 두고 수없는 전쟁과 전투를 반복했지만 국경선을 지키지 못한 국가가 존속했던 적은 없었다. 연평해전이 일어나고 더 큰 전사자가 나온 천안함 침몰은 8년 후에 일어났다.

MG0A1158_новый размер.JPG

이날도 다른 곳에서 온 군인들이 연평해전과 천안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날의 전사자와 뒤로 돌아간듯한 시간의 흐름을 밟아가고 있었다. 2010년에 침몰된 천안함의 이름을 이어받은 천안함의 함장이 된 박연수 중령은 2006년 해군 학사사관 101기로 임관해 어뢰 공격을 받은 천안함의 위기 상황에서 부하 7명을 밖으로 탈출시킨 작전관 대위였던 군인이었다.

MG0A1176_новый размер.JPG
MG0A1183_новый размер.JPG

서해 수호의 날은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으로 희생된 호국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로 매년 3월 넷째 금요일로 올해는 3월 24일이다. 국가보훈부는 올해 3·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등 독립·호국·민주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8종의 증강현실(AR) 콘텐츠가 개발했는데 이 콘텐츠에는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전등도 포함이 되어 있다.

MG0A1195_новый размер.JPG


MG0A1201_новый размер.JPG

매년 서해 수호의 날에는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기념행사를 시행하는데 제1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행사는 2016년 3월 25일이었다. 2002년 6월 29일, 2010년 3월 26일, 2010년 11월 23일은 서해에서 벌어진 전투와 사건등을 기억하고 잊지 않자는 의미의 행사이며 군인이며 가족으로는 한 사람의 자식, 배우자, 부모를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 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