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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의 옛길

분저재 옛길에 자리한 증평의 삼기저수지를 걷다.

산 위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아 하얀 설경이 보이는 이곳은 증평군의 좌구산휴양랜드에서 삼기저수지로 이어지는 길이다. 2010년대 초반 증평군은 좌구정에서 삼기저수지(등잔길)까지 0.9㎞ 구간의 길 이름을 '비나리길'이라고 지었다가 올해 분저재 옛길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는 길이다. '분저재' 지명은 해동지도(1750년대 초)에 '분령(粉嶺)', 대동여지도(1861년)에 '분치(粉峙)', 대동지지(1860년대)에 '분현(粉峴)' 등으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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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곳을 걷던 한가한 곳을 걷든 간에 보이는 것을 모두 표현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아우렐리우스는 우리가 듣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며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관점이지 진실이 아니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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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군 삼기저수지길은 율리에 조성된 길이기도 하다. 율리는 청주시와도 가깝고 괴산군하고도 가깝다. 삼기저수지길이 있고 느림보마을과 별천지 공원 그리고 김득신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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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변별력이 더 많이 생겨난다. 증평군은 이곳을 중심으로 율리휴양촌 한옥, 좌구정, 분저재 옛길등을 테마를 가진 특색 있는 산책로로 더 알릴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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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 걷다 보면 많은 생각이 정리가 되기도 하고 세상울 보는 관점을 다르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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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 삼기저수지길의 주변으로 나름 분위기 있는 카페들이 여러 곳이 있다. 이곳을 걷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라면 한 바퀴 돌아보고 커피숍에서 한 잔을 마시면서 쉬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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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기저수지의 안쪽에 오니 석조보살입상이 보인다. 증평군에는 시내 쪽에 미암리사지석조관음보살입상과 삼기저수지변에 율리 석조관음보살입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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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상은 본래 마을 입구 길가에 있었던 것을 1979년 7월 삼기저수지가 완공돼 수몰되자 10여 m 위 언덕으로 옮겼다가 2006년 보수공사와 함께 지금의 위치로 이전한 것이다. 인상은 풍만하나 목에 삼도는 없고, 왼손은 아래로 늘어뜨리고 오른손은 가슴에 얹었다. 이 수인은 중생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고 두려움을 떨쳐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여원시무외인이며 2002년 3월 15일 충청북도의 문화재자료 제36호 '괴산 율리석조관읍보살입상'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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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입상의 옆쪽으로 다시 데크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조금 더 앞쪽으로 나가면 삼기저수지의 위쪽에서 아래로 조망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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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마지막길에서 물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나무에는 언제 나뭇잎이 올라오게 될까. 조선 중기 다독(多讀) 시인으로 알려진 김득신(金得臣·1604~1684)이 지금도 살아 있다면 철학에 대한 책을 읽지 않을까란 생각도 잠시 해본다. 때론 번잡한 세상과 떨어져 있기에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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