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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1. 2024

듄 파트 2 (Dune Part Two)

반지의 제왕과 스타워즈의 장점을 품은 인간사를 관통한 완성도 높은 작품

세상의 모든 것은 정치로 이루어져 있다. 정치를 혐오한다고 하며 투표를 안 하는 사람들조차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서 정치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산속으로 들어가 홀로 살아야 한다 우리의 모든 삶은 사람과의 관계를 조정하는데에서 충돌, 마찰, 화해, 공존, 공생등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가족이나 이성과의 관계에서도 갈등이나 긴장이 없을 수는 없다. 그 시야의 폭을 넓게 하면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권리를 조금씩 모아서 힘이 만들어진다. 그 힘은 지역을 넘어서 국가를 움직이고 때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쟁은 피 흘리는 정치이며 정치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다. 그렇게 우리의 인간사는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듄시리즈는 근래 보기 힘들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파트 2에서의 세계관과 인간사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제 30이 된 티모시 샬라메가 그렇게 연기를 잘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는 인간적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인간적이지 않은 삶에 대해서는 외면하려고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힘으로 이루어지며 경제가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듄의 세계관은 말 그대로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힘의 세계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듄은 대가문들의 연합을 이끌고 있는 공주의 목소리로 시작이 된다. 그녀는 고도로 훈련된 비밀결사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으로 공주의 통찰력은 변화를 보고 있었다. 과거를 아는 사람은 미래를 알 수가 있다. 필자가 역사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과거에도 다르지 않았고 현재도 다르지 않으며 미래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행태는 반복이 된다. 그 겉모습만 바뀔 뿐이다. 모든 것은 이미 답이 있다. 그 답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실수와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그러고도 자신이 현재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모른다. 


듄을 쓴 프랭크 하버트는 1960년대 초반부터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영화 속의 몇몇 장면들은 이슬람으로 대표되는 아랍권의 저항투쟁을 연상케 하지만 그것은 종교와 구세주에 대한 설정 때문이다. 살고 있는 곳이 척박할수록 그리고 현재의 삶이 여의치 않을수록 사람들은 종교를 믿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종교를 믿고 그들을 이용하려는 일부 상류층이 그곳에 나온다. 그것은 역사에서 달라진 적은 없다. 메시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간의 불확실한 미래에 확신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 확신은 좋은 말로 혹은 강력한 지도자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누리는 풍요의 원천에 대해 아무도 의심치 않는다. 누구도 기술의 원천을 만드는 자원이 전 세계에서 척박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에서 나온다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승자가 누리는 풍요이기도 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특별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원을 보유했지만 척박하디 척박한 행성 아라키스를 차지하기 위한 패권다툼이었다. 중세유럽이나 조선에서도 후추가 아주 귀한 대접을 받은 때가 있었다. 향신료를 가진 국가가 유럽을 지배하듯이 조선에서도 후추는 매우 비싸고 과시하기 좋은 향신료였다. 후추를 가지고 온 사신에게 후추를 조금이라도 얻어보겠다고 옷을 아무렇지 않게 벗었다는 기생들도 있었다. 


가장 비싸고 대체하기 어렵다는 스파이스가 있는 아라키스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에서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황제가문과 하코넨 가문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함께 공격해서 붕괴시키고 폴과 레이디 제시카는 원주민인 프레덴 부족에 스며들어간다. 폴은 사막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우고 어릴 때부터 익혀왔던 검술을 활용해 프레맨 전사가 된다. 프레맨 부족은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남쪽민족은 척박한 땅에 고통당하는 자신들에게 외계에서 온 이방인이 구원자로 사막을 녹색의 행성으로 만들어준다는 신앙이다. 

듄의 세계관은 어둡지만 웅장하고 광대하다. 아바타의 세계가 화려한 모습을 그렸지만 어둡지만 위엄 있고 더 정치적인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람이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별다른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사막에서 살아가는 유목민들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보법이 있다. 불규칙한 보행법을 차용한 보법과 거대한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 조종술까지 익힌 폴은 인정받은 전사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무앗딥이다. 길잡이 쥐라는 이름이지만 그 이름은 길을 가리키는 자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길을 따라가지만 소수의 사람은 길을 만든다. 길을 만드는 사람은 과거를 아는 사람이다. 부족의 대모가 된 제시카는 복수를 위해 폴에게 그들의 구세주 마흐디가 되어야 한다고 폴을 설득하지만 그것이 결국 부족을 파멸로 이끌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아는 폴은 주저한다. 페다이킨 전사 챠니와 폴의 사랑은 깊어지지만 아슬아슬한 관계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근미래를 보여준다. 어떤 독립과 자유는 반드시 피를 부르게 된다. 피의 숙명은 점점 폴을 옥죄어오며 군사적 승리와 함께 가문 간의 정치적 거래를 해야 할 때가 온다. 한반도의 역사에서 가문과 가문은 연결은 서로의 이득에 의해 만들어진다. 왕건이 궁예나 견훤보다 잘한 것은 수만은 호족의 딸들과 결혼한 것이다. 남녀 간의 결합은 그렇게 서로의 가문을 이어주었던 것이다. 

폴은 자신의 생존과 가문의 복수를 위해 프레맨의 구세주로서의 냉혹함과 결단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거대한 전쟁이 시작하고 아트레이더스 가문이 몰살당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준다. 이는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다. 대가문들이 폴의 황제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아프리카에 가면 베르베르 부족이 있다. 열강들이 그 땅을 차지하고 그들을 불모지에 몰아넣었지만 그 사막에서 발견된 석유로 인해 그들은 지금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황제의 칼이 되었던 하코넨 가문에 냉혹한 리더 페이드 로타가 등장한다. 냉혹한 카리스마로 하코넨 가문을 관리하며 스파이스 채굴을 제대로 하기 위해 원주민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트레우스가 나오는데 그는 미케네의 왕으로 복잡함과 타락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의 아들들의 며느리는 다른 남자와 사귀었으며 그 남자와 짜고 남편을 살해한 뒤에 자식들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딸을 임신시키기도 했다. 아트레우스의 아들인 메넬라오스가 결혼한 여자가 헬레네인데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둔 그녀 덕분에 역사적으로 유명한 트로이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폴의 가문은 아트레이더스로 등장한다. 

은하제국의 황제가 자랑하는 절대무력은 정예부대 사다우카가 있다. 듄에서 등장하는 언어는 짧지만 강렬하고 묵직한 것이 특징이다. 강력한 압박은 결국 개개인을 위축하고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지향하게 만든다. 영화는 상상을 현실적 이미지로 구현하여 만든 압조적인 감각으로 세상을 창조하였다. 초월적 실체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숭고함도 보인다. 

듄은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 시리즈와 달리 너무나 현실을 잘 반영했기에 세계관은 다르지만 현실적이다. 사람이 단체를 이루고 조직을 만들게 되면 책임감이 희석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할 수 있는 데에는 조각난 인간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듄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제각기 이유가 있고 살아있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모두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잔인한 행동에도 타당성이 부여가 된다. 종교가 사람을 지배하는 방식 그리고 힘의 역사와 자원이 만들어내는 가혹한 사람의 이면을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가 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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