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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9. 2024

사계 김장생

1598년 50세의 김장생을 생각하며 방문해 본 돈암서원

오래전에는 1년에 봄과 가을만이 있었다. 여름은 봄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겨울은 가을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이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이 구분이 되고 한자로는 춘하추동(春夏秋冬)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계절의 변화를 몇 번이나 경험하면서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100세 시대라고 한다면 100번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사람의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본다면 봄은 25세, 여름은 50세, 가을은 75세, 겨울은 100세까지로 구분해 볼 수가 있다. 

사계(沙溪)와 사계(四季)는 다르지만 한글로 보면 음은 같다. 봄을 알리는 흙냄새가 올라오는 이때에 걸어가는 이 길은 사계 김장생을 배향하며 건립한 논산시 연산면 임리에 자리한 돈암서원을 보기 위해 가는 길이다.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되어 다른 서원 8곳과 함께 한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개 서원은 소수서원(1543년 건립), 남계서원(1552년 건립), 옥산서원(1573년 건립), 도산서원(1574년 건립), 필암서원(1590년 건립), 도동서원(1605년 건립), 병산서원(1613년 건립), 무성서원(1615년 건립), 돈암서원(1634년 건립)이다.

인생의 절반쯤에 왔을 때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한다. 심사숙고하는 힘을 기르며  빨리하려고 하면 목표를 달성하겠지만 원래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를 돌아봐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전국에 자리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원을 모두 돌아보았는데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각기의 독특한 색이 있다. 돈암서원은 가당인 응도당, 양성당, 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있으며 이밖에 장판각, 정의당, 고직사, 사당인 유경사를 두고 있다. 

돈암서원의 몇몇의 건물은 3칸 건축이 특징이다. 한옥에서 3칸 건축은 유교에서 하늘의 이치가 첫 번째 완성된 수인 8괘(卦)을 의미하는 8개의 기둥으로 둘러싸 있으며, 3칸은 천·지·인 삼재(三才)로 하늘과 땅 사이의 인간이 위치한 세상의 공간을 의미한다. 

사계 김장생이 50이 되었을 때는 1598년으로 막 임진왜란의 전란에서 벗어나 혼란한 시기였다. 그즈음인 1597년에 군자감 첨정이 되었다가 안성 군수가 되었는데 조정에 잠시 나갔다가 북인의 득세로 귀향하게 된다. 사계 김장생은 모두가 똑같은 사람으로 대접받기를 원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양반들이 군역을 기피하기 때문에 나라의 기강의 무너지고 있다며 양반들을 비판했으며 양반 역시 군역을 치를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전부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지만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철학의 아버지라는 탈레스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타인에게 충고하는 일이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를 아는 일’이라고 했다. 

돈암서원에서 중요한 공간 중에 하나는 장판각이다. 판을 간직하여 보관한다는 뜻으로 이곳에는 사계전서가 보관이 되어 있다. 오십이라는 나이에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상대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바르게 행동하는 사람, 예의를 지키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 어떤 일을 해도 믿을 만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첫째는 성리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것이고, 둘째는 자연을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기능이며, 셋째는 성현의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는 기능을 하고 있던 것이 서원이었다. 

돈암서원 응도당은 주자가례에 근거한 김장생선생의 가례집람 그림을 기초로 하여 정면 5칸에 앞에 공용 공간인 당을 놓고 뒤에는 사적 공간 역할을 하는 방과 실을 배치하였다.

작년 가을에는 논산시 돈암서원에서 사계 인문학 대축제가 열리기도 했었다. 논산의 유학을 상징하는 사계(沙溪) 김장생의 예학을 널리 알리는 취지로 열린 축제에서는 조선시대 과거 시험 절차 가운데 하나인 초시(初試)를 재해석한 행사로 논산 지역의 초중고등학교 학생 및 일반인 500여 명이 참여해 각자의 글솜씨를 뽐내기도 했었다. 

봄이면 생각나는 것은 매화, 벚꽃이 있으며 여름이면 생각나는 것은 푸르름과 바다, 열정이다. 가을이 되면 풍성, 단풍, 무르익음이며 겨울이면 고요, 단정, 머무름이 연상된다. 사람이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는 다르겠지만 강요하지 않고 강조하며 몸소 보여 주려했으며 먼저 자신의 말을 스스로 실행하고 그다음에 타인이 자기를 따르게 했기에 사계 김장생을 사람들이 따랐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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