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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政治)의 길

평창의 남한산성 촬영지에서 생각해 보는 합리적인 선택

3월의 강원도 평창은 아래지방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길과 설경으로 채색된 산은 강원도의 3월은 아직 겨울 속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게 탁 트인 평창을 가다가 오래전에 본 영화의 촬영지를 만나게 되었다. 전쟁을 그린 영화였지만 사실 정치와 밀접한 관련한 영화가 남한산성이다. 정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에게 최적의 선택을 하면서 선택받지 못한 국민에게 피해가 최소한으로 가게 하는 선택을 하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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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상징하는 설경과 봄을 느끼게 하는 녹색의 푸르름이 있는 이곳은 외국영화 촬영지와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평창에 있는 산들은 모두 눈이 소복하게 쌓여서 색다른 감성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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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평창의 곳곳을 가보면 자주 볼 수 있는 문구 중에 Happy 700이라는 슬로건이 있다. 평균 해발고도 700미터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겨울이 길고 설질이 좋아서 겨울철 스포츠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여름 역시 고원 지역답게 굉장히 시원한데 평창 전역의 모든 관측소에서 열대야가 기록된 적은 단 1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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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겨울풍광을 볼 수 있는 곳에 남한산성의 촬영지로 사용되었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관광지로 다시 개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주변에 부지의 여유가 있어서 평창을 찾아가야 할 이유의 여정지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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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에서 이 건물은 촬영공간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도성에서 나와 남한산성 내의 임시거처로 사용되었지만 사실 준비되지 않았기에 왕과 대신들이 머물기에 초라한 공간으로 그려진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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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있는 건물에서도 여러 번 촬영이 되었다. 어릴 때 남한산성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어서 남한산성을 자주 가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남한산성이 지금처럼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아서 마치 뒷산처럼 쉽게 오가곤 했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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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은 국제정세를 잘못 판단한 덕분에 일어난 전쟁이기도 했다. 단순히 인조라는 왕의 독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정치인이었던 대신들의 문제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이나 현재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걸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하지만 실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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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를 위한 반대가 바로 주화론과 척화론이다. 상대편의 합리적인 의견제시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편이 아니면 그냥 반대만 하는 것은 수백 년 전이나 지금도 다르지가 않다. 최명길은 청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전선에 나가 적의 진격을 지연시키는 등 헌신성을 보인 인물이었다. 병자 전쟁 뒤에는 국정을 주도하면서 청의 횡포에 대해 피해를 최소화한 사람이었다. 김상헌은 척화론을 주장하여 나라의 명분을 지켰던 인물이었지만 패전하여 남한산성에서 나온 후 고향 안동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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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어야 하지만 그 합리적이라는 것이 자신의 이득이 되어서는 진정성이 느껴질 수가 없다. 공간 속에서 있었던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그 공간을 채우게 된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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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말하는 대의와 명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옵니까?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삶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도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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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밝으면서 나아갈 수 있는 세상은 많은 생각이 가진 사람이 어우러질 수 있는 세상이다. 나라의 운명이 갇혔던 곳에서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하면서 세상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정치인과 조금이라도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자 했던 정치인의 이야기가 이곳에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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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에서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믿음을 갖고 마음을 유지할 수 있으면 형통할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든 그 상황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앞에 있는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것처럼 생각의 벽은 항상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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