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남애1리로 떠난 그곳에서 생각스위치를 꺼보다.
어떤 곳을 가서 스스로의 의지로 발걸음을 하다 보면 색다른 풍경이 보일 때가 있다. 무엇을 보느냐 그리고 무엇을 접하느냐에 따라 순간적으로 생각의 스위치가 꺼질 때가 있다. 누구나 신체적인 걸음의 속도가 늦추어지고 생각이 저 앞으로 가서 다른 감각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고 순간도 온다. 매번 그렇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그런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으로 혹은 긴 감성의 글로 남겨볼 때가 있다.
세상은 경험할 수 있는 의지와 노력만큼 보여준다고 했던가. 양양군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지명은 남애리다. 남애리에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갯마을 해변을 비롯하여 해파랑길 41코스로 남애일출까지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양양군의 아름다운 여행지다.
북쪽으로는 속초, 남쪽으로는 강릉이 있는 양양군은 높은 산과 깊은 계곡과 동해의 파도와 해풍과 시간으로 만들어진 비경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애리라는 지명은 남쪽에 자리한 바다라는 지명 남해와 바람이 불고 꽃잎이 떨어질 때면 이곳으로 떨어져서 낙매(落梅)리라는 이름으로 불려졌고 매화가 떨어지는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 발음되는 데로 쓰인 '낭매'가 되고, 결국 '남애리'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의 품과 같은 양양군의 남애리는 고요하고 평호로운 어촌의 풍경을 담고 있다. 양양을 당일여행으로 간다면 여행의 출발점이자 베이스캠프로 이곳을 추천해 본다. 남애리 마을은 이 항구를 중심으로 4개의 포구 마을로 길게 늘어져 있는데 남애1리부터 4리까지 이어지는 해안을 산책하는 것도 남애리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첫 번째로 만나는 마을에서 위쪽으로 다리가 놓여 있고 그 아래로 기암괴석이 길게 늘어서 있다. 평균 수심 1~2m로 동해안 치고는 경사가 완만한 편이고 모래도 고우며 바다로 흘러드는 매호의 물길 양쪽에는 광활한 갈대밭도 볼 수가 있다.
멀리 보이는 등대와 바위들 사이로 바닷물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다. 그동안 보행로가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온 남애리에 길이 57m, 폭 2m의 인도교 설치공사를 마치고 일반인에 개방된 것이 지난해 8월이었다. 이번에 설치된 인도교는 난간과 함께 주변의 자연암반을 볼 수 있도록 조명이 설치돼 보행자들의 안전은 물론,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관광객들이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이곳의 출입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이곳에 와서 걸어보니 예전에 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연상이 된다.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 ‘요시노’, ‘치카’는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만나게 된 막내 스즈와의 이야기가 한적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매화가 떨어지는 마을이라는 낙매라는 옛 이름의 남애리에서 가을이 되면 매실을 따고 매실주를 담그며 바닷가를 산책하며 같이 식사를 하는 일상이 쌓여 행복한 기억으로 연결되어 가는 그런 삶을 꿈꾸어본다.
사람은 누구나 걸어가면서 자신만의 발자국을 남긴다. 해변을 걷다 보면 모래사장에 자신의 발길이 남겨지지만 완벽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하면서 걷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파도가 밀려 들어와 그 발자국을 지워준다. 인생이란 수없이 지워가면서 채워가는 데생의 그림처럼 자신만의 색으로 여백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