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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있는 세상

제62회 진해 군항제, 보이지 않는 눈부심을 발견하려면

이제 벚꽃이 피어나는 곳에 사람들이 찾아가는 매년 봄의 일상이 되었다. 벚꽃도시에서 봄날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을 찍고 꽃비가 흩날리는 봄의 향연에 취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봄이 온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 도시 전체가 벚꽃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창원특례시의 진해만 한 곳이 있을까. 동서로 길게 뻗은 지형에 위로로 병풍 같은 산과 아래로는 바다가 놓여 있는 진해에는 여좌천을 중심으로 진해탑과 근대문화유산등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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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피는 시기가 좀 늦어졌다. 잠시 피는 벚꽃이기에 1주, 2주 차이는 보이는 풍광에 큰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멀리 있는 것들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꽃을 소소하게 아름답다는 것을 그 속에서 눈부심을 발견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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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개울 같은 천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곳 중 진해의 여좌천이 대표적이다. 꽃샘추위 증가와 일조시간 부족으로 벚꽃 개화가 예상보다 늦은 것과 관련해 창원시는 축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진해군항제는 오는 4월 1일까지 진해구 일원에서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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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피어나는 벚꽃이지만 겨우내 많은 것을 준비하고 나서야 잠깐 피는 꽃이다. 잘 익은 인생의 지혜가 순간적으로 빛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알랭 드 보통은 걱정 없는 인생을 바라지 말고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을 하라라는 말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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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매년 피어난다. 매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매년 꽃이 피어나는 셈이다. 여좌천을 걸어서 위쪽으로 올라가 본다. 이 날따라 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아왔다. 진해에 벚꽃이 피어날 때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동남아에서는 벚꽃이 피어나는 풍경을 보기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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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군항제의 초창기에는 이충무공 동상이 있는 북원로터리에서 제를 지내는 것이 전부였으나, 1963년부터 진해군항제로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하여 충무공의 숭고한 구국의 얼을 추모하고 향토문화예술을 진흥하는 본래의 취지를 살린 행사와 더불어 문화예술행사, 세계군악의장페스티벌, 팔도풍물시장 등을 아름다운 벚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봄 축제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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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흐리고 피어난 꽃송이도 적었지만 그렇다고 봄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벚꽃을 주제로 한 이름의 작품으로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만 한 작품도 없을 것이다. 벚꽃동산으로 상징되는 옛 생활의 시정(詩情)은 현실 앞에서 무참히 깨져버린 이상화된 욕망아래에서 인생의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세계를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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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밝지가 않지만 진보를 믿는다면 반드시 밝고 빛나는 미래가 찾아오리라는 이들의 희구는 병든 만년의 체호프가 품었던 인류에 대한 확신 어린 기원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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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이지만 그 배경색 덕분에 벚꽃의 사이로 화사하게 보이는 것들이 눈에 뜨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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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선은 일제 강점기에 해군 기지의 유지와 진해항의 연결을 위해 마산~진해 간에 연결된 철도이다. 그 진해선상에 벚꽃이 되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경화역이 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다면 제황산으로 올라가고 벚꽃과 함께 삶의 순간을 찍고 싶다면 경화역으로 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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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산의 공원까지는 산 밑의 중앙 광장에서 계단으로 오르게 되어 있는데, 계단수가 365개여서 ‘1년 계단’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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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화역 미니역사는 원래 출입이 불가능했지만, 새 단장 후 입장이 가능하게 탈바꿈되었다. 옛 경화역 모습과 기차표도 구경하고, 레트로 상점·해양 극장·봄·기차역의 4가지 레트로 감성테마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밤까지 기다려본다면 밤에는 경화역 입구~분수광장~미니역사~기차전시관~기차 구간에 야간 경관조명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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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역사 내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소원티켓을 발급받으면 옆에 있는 기차전시관으로 가서 소원을 적고 소원나무에 걸거나 소원항아리에 넣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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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wish라는 영화도 개봉을 했었다. 지금보다 더 큰 꿈 꿀 수 있는 우리"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마법의 왕국 ‘로사스’. 그곳에 살고 있는 총명하고 꿈 많은 소녀 '아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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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살아가고 있을까. 정말 원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많은 사람들은 자연이 그냥 때가 되어 보여주는 진해 벚꽃의 향연처럼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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