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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3. 2024

허목 vs 송시열

풍류락도 영산강실크로드길에 자리한 나주의 미천 서원

정치에 있어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서로 대립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당대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있었는데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조선의 윤리의식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전쟁에서 억지로 끌려갔던 여성이 돌아왔을 때 그 여성을 환향녀라고 하였는데 살아 돌아온 죄를 물어 화냥년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지금도 여성을 비하해서 말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나주를 흘러가는 영산강은  제1지류 황룡강의 발원지인 담양군 월산면 용흥리 병풍산(屛風山 : 822m) 북쪽 계곡을 공식적인 발원지로 영산강의 옛 이름은 통일신라 때 나주의 옛 이름이 금성(錦城)이었기 때문에 금천(錦川)·금강(錦江)이라 했고 나루터는 금강진(錦江津)이라 했다.

배를 타고 흘러가듯이 걸어서 가볼 수 있는 나주의 길은 풍류락도 영산강 실크로드길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고려 때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영산도(永山島) 사람들이 왜구를 피해 이곳에 마을을 개척했다고 하여 영산포(榮山浦)라는 땅 이름이 생겼으며, 조선초 영산포가 크게 번창하자 강 이름도 영산강으로 바뀌게 되었다. 

영산강실크로드길로 가는 길 여정에 미천 서원이라는 곳이 있다. 실크로드는 오아시스길, 초원길, 바닷길을 망라하는 개념이다.

양대 호란이 일어나고 하나의 당의 대표로서 활약했던 허목이라는 사람이 있다. 허목 선생이 어렸을 때 마을 사람들이 우물이 없어서 팔 생각을 못하자 이에 '내가 일러준 곳을 파보면 물이 나올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과연 그곳에서는 물이 솟아 나와 더 이상 고생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샘의 이름을 미천(眉泉)이라 부르고 이에 서원 이름의 연원이 된 것이라고 한다.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먹고살기가 힘들고 전란으로 인해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부모를 외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혼란했던 시기에 우암 송시열과 미수 허목이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조선의 대표 라이벌이 된 것은 예송 논쟁 때문이었다. 지금도 정치인들이 어떤 이념을 가지고 다투기도 하는데 당시에 조선 조정을 이끌던 서인은 조 대비가 1년 동안 상복을 입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야당 세력으로 조정의 한 축을 담당하던 남인은 조 대비가 3년 동안 상복을 입는 것이 유교 윤리에 적합하다고 주장하였다. 

이 서원은 17세기 조선시대 명현인 문정공 미수 허목의 도학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숙종 16년(1690)에 나주 금강 미천상에 사우로 건립되었다가 1693년 미천 서원이라고 사액되었다. 

 고종 5년(1868) 서원 철폐령으로 2차 철폐를 당하였는데 1893년에 다시 미천 서원의 옛 터인 지금의 자리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영당이 복설 되어 현재의 자리로 영정을 이안하였으며 정면 6칸, 측면 3칸의 강당도 함께 중건되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일도 사회의 근간이나 기준을 바꾸게 되면 그것은 큰일이 된다. 장례와 관련된 예송 논쟁은 결국 송시열은 왕실의 권위를 무시했다는 이유 아닌 이유로 귀양을 가야 했으며, 허목은 대사헌 자리를 거쳐 곧바로 우의정이 되어 조선 정치를 주도적으로 이끌게 된다.  

미천 서원은 조용하면서 아직은 봄기운이 완연하지는 않았지만 땅에서는 생명의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미천 서원의 바로 앞에는 영산강이 흐르는데 그곳에는 구진포나루터가 자리하고 있다. 옛날 구진포에서 바닷물과 민물이 만났는데 덩달아 바다와 강을 오가는 민물장어도 흔했다고 한다. 간장 양념을 기본으로 맛을 내는 것이 구진포 스타일이다. 

이곳에서는 지금도 맑은 물이 샘솟듯이 나오고 있다. 

모든 변화는 흐르면서 변하게 된다. 풍류가 흐르는 이곳에서는 물자도 오가고 사람들의 생각도 오갔던 곳이다. 미천 서원에 모셔진 미수 허목은 퇴계 이황의 학맥을 이어받은 영남학파의 선두 주자로 우암이 이끄는 서인에 비해 세력이 약했던 남인을 이끌며 자기 당의 주장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성리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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