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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7. 2024

향교와 민화

제천시의 제천향교와 교동 민화마을 

만약 대학을 간다면 어쩌다 대학 대충대충학과 시간낭비전공과 재미있는대학 채워보기학과 후회없는전공이 있다면 어떤 대학을 선택할 것인가. 놓아도 좋고 공부를 해도 좋지만 적어도 의미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지향해야 되지 않을까. 필자와 가까운 사람 중에 필자가 없었다면 평생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곳이 향교와 서원이다. 향교와 서원은 관광지도 아니고 활용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잊힌 옛 교육기관인 것도 사실이다. 

충청북도 제천시에 자리한 제천향교는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1389년(공양왕 1)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되었다가 1590년(선조 23)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으나 임진왜란으로 퇴폐되었으며, 그 뒤 1907년 의병장 이강년(李康䄵)이 왜군과 교전 중 소진되었다.

제천시에 와서 문경의 인물 이강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제천과 인연이 있었던지 순국 후 유언에 따라 유해는 서울 방배동의 효령대군 묘소 옆에 임시로 묻어두었던 것을 비밀리에 제천으로 임시 권장(權葬)한 뒤 1910년 경북 상주의 화북면 입석리로 이장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천향교는 문화체육관광부 전국시범향교 선정이 된 곳이다. 시범향교란 전국 234개 향교 중 운영실적과 교육실적을 엄정히 심사해 5개 향교를 선정해서 예산을 지원해 타 향교의 본보기가 되게 운영하는 제도이다.

소진되었던 제천향교는 1909년 대성전이 중건된 것을 시작으로 1922년에 명륜당, 1980년에 동재(東齋), 1981년에 서재(西齋) 등을 중건하였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으로 된 대성전,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된 명륜당, 각 정면 4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으로 된 동재와 서재, 제기고(祭器庫), 내신문(內神門), 외신문(外神門) 등이 있다.

보통 지역마다 향교가 있는 곳의 주변은 교동이라고 부르는데 제천향교가 있는 곳도 교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교동에는 특이하게도 벽화마을이 조성이 되어 있다. 

교동에는 2018년 삼국시대 추정이 되는 분명 및 생활유적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삼국시대 고분군(무덤군)은 현재까지 제천지역을 포함한 주변지역에서도 조사한 사례가 거의 없다. 

낮은 층수의 건물들로 채워진 교동은 오래된 마을이다. 오래된 마을 풍경을 민화 등으로 채워서 새로운 느낌을 부여해 준다.  골목에는 인간 삶의 주제로 한 어변성룡도, 소충도, 장생도, 화첩도, 평생도, 책가도, 춘향이와 이도령, 소망길, 말타기, 추억의 놀이 등 150점이 그려져 있다. 

민화는 백성들의 그림이기도 하다. 민화에 대한 글을 여러 번 써서 그런지 민화의 색채들이 익숙하다.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서 구입되는 그림이라고 정의되었던 것처럼 소박한 삶의 이야기가 있다. 부귀영화, 현세에서의 행복, 사랑, 농경 사회, 익살, 생활공간에 맞는 크기와 구도, 형태와 색상, 선과 점들을 어울리게 한 것이 민화의 특징이다.  

과거는 히스토리이며 미래는 미스터리라고 하며 현재는 선물이라고 했던 쿵푸팬더의 대사처럼 히스토리는 기록되며 미래는 알 수가 없다. 현재라는 선물을 잘 받아들인다면 과거의 히스토리는 보이는 민화처럼 다른 색으로 채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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