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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5. 2024

인간의 척도

유숙(柳淑)과 김홍욱(金弘郁)이 모셔진 서산 성암서원(聖岩書院) 

존재의 불안은 그것은 동굴이라는 어둠의 세계에 몸을 두었기에 발생한다. 때로는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갑자기 낯설고 불쾌한 곳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를 둘러싼 곳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가 있다. 인간이 가진 척도에 대해 궁금할 때가 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오래된 건물에서 살았을 사람들과 초고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시대에 척도는 분명히 다르겠지만 사람이 가진 생각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산에는 최치원이 태수로 있었고 이순신이 해미읍성에서 근무했으며 여러 인물들이 서산을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되고 전통 있는 서원이 많지가 않다. 서산시내에서 공원이 자리한 곳에 성암서원이라는 곳이 있다. 

성암서원은 1719년(숙종 45)에 지방 유림의 공의로 유숙(柳淑)과 김홍욱(金弘郁)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위패를 모셨다. 1721년(경종 1)에 ‘성암(聖巖)’이라고 사액되어 선현 배향과 지방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여 왔던 곳이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멋진 바다풍광을 보지 않고 성암서원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많지는 않다. 때론 사람에 대해 궁금할 때는 오래된 곳을 찾아가 본다. 이곳은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71년(고종 8)에 훼철되었다가 1896년 복원되었다. 

사우에는 유숙과 김홍욱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으며, 재실은 제향 시 제관들의 숙소와 관리인의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데 경내의 건물로는 3칸의 사우(祠宇), 재실(齋室), 중앙의 신문(神門)과 양옆 협실로 된 내삼문(內三門), 중건비·정문 등이 있다. 

사람은 장소, 곧 어디에 있는가와 더불어 현실을 살아간다. 때론 자신이 있는 곳은 불안정하고 취약한 곳이기도 하다. 인간을 벗어난 지점에 인간이 있는 곳, 세계 혹은 장소를 생각하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관의 제안은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장소를 경험하는 가라는 사고와 연관이 된다.  

이곳에 모셔진 유숙의 본관은 서산이다. 1365년 8월 유숙의 충직을 두려워하던 신돈(辛旽)의 모함으로 시골에 돌아가 있다가 1368년(공민 17) 9월 신돈에 의해 홍주(洪州)로 장류(杖流)되었다가, 12월 영광에서 신돈이 보낸 자에게 교살당해 서상을 떠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고려말의 교활한 승려 신돈에 대해 그려지기도 했다. 신돈은 고려시대의 막을 내리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고려의 병폐를 몸으로 보여준 사람이라고 볼 수가 있다.  세상에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성암서원은 크지도 않은 서원이기도 하지만 유교활용사업등으로는 활용되고 있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서산(瑞山) 성암서원(聖岩書院) 을해년에 세웠으며 사액하였다. : 유숙(柳淑) 고려조에서 찬성을 지냈으며, 시호는 문희공(文僖公)이고, 자는 순부(純夫)이며, 호는 사암(思庵)이다. ㆍ김홍욱(金弘郁) 호는 학주(鶴洲)이며 판서에 증직 되었다.

사람들은 현재를 바꾸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그냥 말로만 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도 바꿀 수 있고 미래도 바꿀 수 있다. 오늘 나의 마음이 바뀌면 나의 행동이 바뀌고 과거가 바뀌고 미래가 바뀌게 된다. 과거는 바뀌지 않지만 다른 의미로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세상의 많은 것이 지금 어떤 결정을 하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한다. 계속 세상은 변화한다. 홀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변화함으로 인해서 모든 사람이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세상은 수시로 리셋이 된다. 성암서원에서 인간 이후의 철학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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