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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0. 2017

붕타우 카페

글쟁이의 서식처 

글쟁이는 다양한 서식처를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안정된 것이 좋다고 말하는 수많은 시선에서 자유롭게 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미래는 무조건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고 무조건 어둡지도 않다. 그러나 살다 보면 좋은 때도 있고 나쁜 때도 있다. 두 가지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정과 자유는 공존하기가 매우 힘들다. 어떤 사람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며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그건 무언가를 포기했기에 얻어지는 것이다. 


커피로 유명한 나라여서 그런지 베트남에는 카페가 무척 많다. 모든 호텔에는 각각 특색 있는 카페가 있고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색다른 인테리어의 카페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한국처럼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없다는 것이다. 대도시를 가보면 알겠지만 일관된 프랜차이즈의 카페들 외에 괜찮은 카페를 만나는 것이 무척 어렵다. 

베트남의 남부 붕타우라는 작은 도시에도 북까페가 여러 곳 있다. 안에는 통일되지 않은 테이블이 있고 의자도 제각각이다. 비싼 의자나 테이블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하다. 4월의 베트남 붕타우는 한국의 초여름 날씨와 비슷해서 가만히만 있으면 생각만큼 덥지는 않다. 선풍기 날개가 빨간색인 것도 독특하고 열대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도 나쁘지 않다. 

호오.. 일본판 코난도 본 적 있고 중국판 코난도 본 적이 있지만 베트남 버전의 코난 만화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코난이 유명하기는 유명한가 보다. 베트남어로 번역이 된 것을 보면 말이다. 비치되어 있는 책들이 대부분 베트남어로 되어 있어서 한 번 읽어보려고 했으나 시도해보지는 못했다. 간혹 영어로 된 책이 보이긴 하는데 장르가 알 수가 없었는데 국가마다 표지 디자인 콘셉트도 다른 모양이다. 

요즘 어디를 여행 가면 꽃이 눈에 뜨인다. 베트남의 꽃들은 상당히 화려하다. 하얀색의 꽃보다 파스텔 계열의 색깔의 꽃들이 많다. 태양이 강렬해서 그렇지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이나 나무에서 피어 있는 꽃을 천천히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붕타우는 Back Beach, Front Beach가 대표적인 해변이지만 Bai Dau Beach, Bai Dua 등 해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을 비롯하여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리조트나 호텔이 자리하고 있어서 호텔 커피숍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리고 우선 와이파이도 모두 무료이며 커피도 저렴해서 조용하게 사색을 즐기면서 글을 쓸만하다. 

진하디 진한 커피를 두 잔정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커피 맛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맛이 나쁘지는 않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커피의 향이 카페 안에 가득 차는 것 같다. 조용하게 주변을 감상하면서 커피 한잔을 마셔본다. 베트남에 오니 이런 여유라는 사치를 누리게 된다. 

베트남의 리조트나 호텔의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의 가격은 대략 한국돈으로 1,500 ~ 2,000원 정도이다. 누군가가 바라 왔을 때 괜찮은 삶을 살고 자기 삶을 누군가에게 이해받기 위해서 자신을 버리는 것보다는 용감하게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을 사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베트남이라고 해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붕타우를 돌아다니다가 보면 EXXO라는 커피숍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롯데마트 안에도 EXXO가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오래 머무를 수 있어서 편한 곳이다. 베트남 여행에서 3번쯤 이곳에 갔던 것 같다. 

붕타우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코코넛을 자주 마셔봤지만 역시 차게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칼로 껍질 위쪽으로 잘라낸 후에 안에 고인 코코넛 주스를 보몬 마시는데 남은 흰 과육은 보통 코코넛 밀크나 오일의 주재료로 사용이 된다. 숟가락도 주는데 그냥 좀 긁어놓으면 빨대를 통해 그 과육이 씹히기도 한다. 

베트남의 대부분의 음식점이나 호텔을 가면 물을 무료로 주는 곳은 없다. 한국 돈을 500원에서 1,000원 정도인데 호텔이나 대형식당 아니 조그마한 식당을 가도 마치 와인처럼 마시게 된다. 베트남에 조금 더 오래 살면 아마 생수 감별사가 되지 않을까. 

붕타우에서 다섯 손가락에 안에 드는 호텔의 식당의 인테리어는 이 정도이다. 상당히 큰 규모의 이 호텔의 식당 인테리어도 남다르다. 

커피는 무조건 블랙이 깔끔한 것 같다. 깔끔한 뒷맛이 개운하다. 연유를 넣으면 무언가 텁텁하고 설탕을 넣으면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아이스커피도 나쁘지 않지만 더운 나라에서 마시는 따뜻하고 씁쓸한 커피도 때론 괜찮다. 

이곳은 조금 작은 호텔이다. 작은 호텔의 커피숍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화초를 보니  2001년에 개봉했던 캐스트 어웨이에서 조난을 당해 무인도에서 4년을 보낸 척 놀랜드의 배구공 친구가 생각난다. 한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은 어떻게 보면 삶 속의 색다른 무인도를 찾아가는 것 같다. 

공항에 오면 커피숍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메뉴도 대부분 영어로 같이 적혀 있어서 고르는데 별다른 어려움도 없다. 

노트북을 사용하다 보면 손목에 있는 시계가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금속과 금속이 마주치면 서로 생채기를 낸다. 인생이 그런 것이 아닐까. 서로 강하면 서로 부딪친다. 부딪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매번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충돌은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서로를 이해하는 것..

다른 곳도 적지 않게 돌아다녔는데 조금 빠진 것 같다. 이제 다시 한국에 가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분위기 좋은 카페가 아니라 무얼 하면 좋은지를 알려줄 수 있는 카페 지도나 만들 생각이다. 필자가 필요했지만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당신은 어떤 까페에서 글쓰기를 꿈꾸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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