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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6. 2017

붕타우 어부

날 것의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어항

날 것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 지역에 살지 않으면 쉽지는 않은 일이다. 바다와 접해 있는 국가는 모두 어부들이 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통 어부라고 하는데 붕타우의 어부들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극히 일부 국가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로 어부들이 해적으로 둔갑(?)하기도 하지만 지구의 바다가 준 선물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붕타우에서 서쪽 해변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 어항 아닌 어항이 있다. 붕타우의 조그마한 어항이어서 그런지 부산이나 인천, 보령, 군산 등의 모습을 상상하면 안 될 듯하다. 꽤나 먼 바다에 나가서 잡아온 생선들이 비릿한 냄새를 풍기면서 저장되어 있던 것을 꺼내서 팔기 위해 손질하는 공간이 붕타우의 어항이었다. 

이곳에 머무른 시간이 30여분쯤 되었을까. 벌서 코가 찡하고 생선이 썩어가는 냄새인지 기후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의 어시장에서 맡았던 냄새와는 조금 달랐다. 그곳에서 여자들은 하루 종일 배에 실어온 물고기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저것도 먹을 수 있는 건가?라고 생각할만한 생선들이 이곳저곳에 가득 쌓여 있다. 남자들은 대부분 힘쓰는 일에 종사하고 있고 여자들은 손질을 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었다. 아열대 기후에서 접한 완전히 썩은 그런 생선은 아니면서 맡고 있으면 참기 힘들지만 요상하게 오감을 자극하는 생선 비린내는 독특한 기억으로 머릿속에 남긴다. 

이곳에서는 외국인인 필자는 이방인이다. 이방인이 이곳저곳을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모습이 이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신기한 듯 자꾸 쳐다본다. 보통의 여행객이라면 이런 곳에 와서 코를 찌르는 생선 비린내를 맡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호흡한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만했다. 

베트남은 바다와 접한 국가라 다양한 어종이 잡히고 육지로 팔려 나간다. 그래도 붕타우의 배들은 한국의 대형 어선들처럼 거대하지는 않아도 멀리 바다로 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는 된다. 이곳은 사정이 낫지만 베트남 무이네의 바다의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 모양의 퉁버이가 있다. 가난으로 인해 제대로 된 배는 이용하지 못하고 바닥에 피치를 발라 띄우는 퉁버이가 현지인들의 밥벌이 수단이다. 

한국의 어항을 방문하면 시끄럽게 소리치며 무언가 수신호와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그런 약속을 통해 낙찰받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수첩에 적고 계약에 의해 어디로 나가는지 몰라도 바쁘게 분류가 되고 있었다. 

어항에서는 그래도 비싼 값에 팔리는 해산 갑각류들이 이곳에서는 아주 저렴하게 팔린다. 어떻게 조리를 해서 먹어야 하는지 난감해 보이는 바다의 자원들도 이곳에서는 꼭 필요한 돈벌이 수단이다. 

끝이 없을 정도로 담겨서 나오는 물고기들로 인해 선착장은 바구니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저 어부들은 바다에 나가서 얼마의 시간 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2016년 기준 베트남은 해산물 수출만으로 70억 달러가 넘는 수출 실적을 올렸다. 

아마도 먼 바다로 나가서 오랜 시간 보존하기 위해 염장을 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식사시간외에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것은 깨끗한 물 한잔이다. 일하는 사람마다 PT병 하나씩 두고 목이 마를 때 한 모금씩 마시고 있었다. 멸치와 잡어들을 손질하는 파트에 있는 이 여성들은 생각만큼 고단해 보이지 않았다. 

바다로 나아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자신의 사진을 찍으라며 V를 해 보인다. 포즈가 잘못된 것 같으면 언제든지 다시 포즈를 취해주었다. 여유가 있다. 한국이었으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저렇게 해줄 수 있을까.  

베트남 어부들의 대부분은 나무로 만들어진 목선으로 먼 바다를 나아간다. 거센 풍랑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들은 전혀 그런 불안 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피해가면서 배로 접근하자 저장고에서 어떻게 끌어올려 내리는지 직접 보여준다.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는데 별로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직접 올라와서 봐야 한다면 필자의 손을 잡고 배위로 끌어올려주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멀리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을 저장고에 저장해놓는데 그 깊이가 얼핏 보아도 7m는 되는 듯 보였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같이 살고 같이 해 먹으며 물고기를 잡는 것이 베트남 붕타우 어부의 생활이다. 

신발은 신는 둥 마는 둥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신발을 안 신고 있는 어부들도 적지 않다. 

멋진 풍광이나 기막힌 음식, 건축물 하나 없었지만 날 것의 체험은 시간 여유 있는 자유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다. 이런 삶을 잠시나마 엿보는 것만으로 여행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듯하다. 생선 이름을 하나하나 모두 알지 못하지만 그들 역시 이곳 붕타우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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