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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봄

울진에서 특별하게 즐기는 봄 여행, 스카이워크

봄이 오고 지금 옆을 스쳐지나고 있는 이때에 강원도 부근에 살지 않는다면 울진이라는 곳은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는 아니지만 한 번 가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지만 이곳은 1박 2일은 여행해야 제대로 여행의 맛을 볼 수가 있다. 거센 파도가 단박에 집어삼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슬아슬한 풍광을 보면서 걷다 보면 시간이 가는 것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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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을 뜻하는 ‘후리’에서 유래된 마을에는 맛있어 보이는 해산물이 집집마다 그득하다. 선택적 여행길에 후포리가 있었는데 해발 64미터의 나지막한 등기산에는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스카이워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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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첫선을 보인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높이 20m, 길이가 135m 규모의 시설이다. 목재 바닥 구간과 강화유리 바닥 구간으로 나뉘는데, 57m 강화유리 바닥을 걷다 보면 남다른 재미가 있다.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덧신을 신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들머리에 안내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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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등기산을 산행하듯이 올라가 본다. 어서 와 봄의 주말에 가보면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이다. 한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앞서 간 사람들에게 막히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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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하기 이를 데 없는 핑크빛의 꽃잎이 만개해서 이제 떨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엄동설한을 보내고 났더니 봄날에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가 없다. 경계를 알 수 없는 밤바다와 밤하늘 향해 뻗은 스카이워크의 조명이 켜지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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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가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몸이 예전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알 수는 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보면 더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수평선이 보이는 동해 바다처럼 너그러워지길 바라면서 푸른 바다를 감싸고 받아들인 세월의 흔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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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에 자리한 휘라포(徽羅浦)는 후포항의 옛 이름으로 비단처럼 빛나는 포구라는 의미다. 이곳 등기산은 해발 50미터에 불과한 언덕이 낮에는 흰색 깃발로 밤에는 등불로 배를 안내해서 등기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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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안내하고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누구보다 더 앞서서 가봐야 한다. 등기산 스카이워크에 만들어진 조각은 의상대사를 사모한 선묘(善妙) 낭자의 설화를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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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산 스카이워크 아래에 있는 바위에는 마치 인어공주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의 사랑스러운 막내딸인 인어 ‘에리얼’은 늘 인간들이 사는 바다 너머 세상으로의 모험을 꿈꾸는 인어공주가 작년에 개봉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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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살아가는 것과 육지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떤 쪽에서 살아도 다른 삶을 꿈꾸기 마련이다. 항상 선택하지 못했던 삶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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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까지 올라가서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바라보니까 또 다른 느낌이다. 위에서 바라본 것과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것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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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전해져내려 오는 전설처럼 바닷물에 뛰어든 선묘 낭자는 용이 돼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오는 의상이 탄 배를 보호하고, 부석사 창건을 도왔다고 한다. 울진의 봄바다에서 어서 와보라고 말하는 선묘 낭자가 어딘가에 앉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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