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뮤지엄 호두 기획전 마음에 삼킨 이미지
이삭 줍기를 하고 있는 사람 옆에서 골프 연습을 하면 얼마나 이상한 그림이 될까. 그렇지만 라임으로 본다면 이삭과 이글은 묘하게 어울린다. 원경의 평화로운 배경을 뒤로하며 추수를 끝내고 남은 이삭을 줍는 세 아낙네의 고된 노동이 서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밀레의 그림에서는 안정감 있는 구도와 가라앉은 색조가 밀레의 그림을 대표한다.
어떤 사람이 그림을 그리게 되느냐를 묻는다면 보통 미술전공을 한 사람들이 예술의 길을 걷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술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이삭 줍기를 하는 아녀자들의 삶처럼 고된 길을 걷는 것이다. 천안에 자리한 뮤지엄 호두라는 공간에서 마음에 삼킨 이미지라는 전시전이 열리고 있어서 방문해 본다.
수많은 화가들이 앞서서 그림을 그렸고 뒤에 따라가는 화가들은 그들의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간다. 천안에 미술과 관련된 전시공간이 한 곳이 더 생겨서 반갑다.
마음에 삼킨 이미지라는 전시전은 조금 든 독특하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주로 전시가 되어 있었다. 생각의 전환이라던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가 있다.
작품들은 봄을 주제로 한 것처럼 다양한 색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눈에 뜨인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독특하게 재현한 서양의 풍경화와 현실 너머이상의 세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등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뮤지엄 호두에서는 작가들이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데 뮤지엄호두 X천안창작촌 기획전 마음에 삼킨 이미지에 참가한 작가는 김재유, 박경종, 이재석, 임선이, 임소담, 정준원, 정철규, 최수련이 참여를 했다.
모든 작품에는 적당한 비움과 채움이 필요하다. 여백을 통해 공간 사이에 역동적 균형을 만들어내고 추상 혹은 기하학, 색을 조하롭게 배치해서 철학과 문화 사이의 공통점도 볼 수가 있다.
입체파 회화가 동시에 여러 관점을 채택하는 방식은 가장 급진적인 아방가르드적 표현이었고 이는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같은 주제라고 할지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번 전시전은 개념미술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예술가는 단순히 예술품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개념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예술은 아이디어로 시작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방향으로 안내한다.
이삭에서 이글 까지라는 작품은 작품성보다는 아이디어가 눈에 뜨이는 작품이었다. 골프도 결국 디테일에서 결정이 나지 않았던가. 이삭을 줍는 것처럼 이글을 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샷을 하는 여성의 모습이 대비가 된다.
예술은 일종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려 사람들에게 소통하고 이야기를 전하며 현시대에서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느냐를 잠시 관조하게끔 해준다. 점점 삶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다가올 미래의 지속 가능한 삶이 어떤 모습일지 혹은 이곳에서 마음에 삼킨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