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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7. 2024

나에게 담긴 물

울진 매화의 삼조어비각과 몽천이 담긴 몽천서원

화학적으로 본다면 같은 물일진대 물맛이 다르다고 한다. 수소 하나와 산소 두 개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물을 우리를 지탱해 주고 살아 있는 동안 스스로를 움직이고 목적한 바로 나아가게 만들어준다. H2O는 일산화이수소이며 CO는 일산화탄소다. 전자는 사람을 살리고 후자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면 자신에게 담긴 물은 맑고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만들어준다. 울진의 곳곳을 다니다가 우연하게 본 풍경이 발길을 끌었다. 물이 담겼는데 자연스러웠으며 담겼는데 맑은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이곳은 한국의 명수라는 몽천이다. 이 샘은 산하에서 샘물이 용출하고 순리에 따라 자신을 낮추고, 가득 채운 다음 흘러넘치고 항상 맑음을 간직코자 하는 수덕을 쌓는다는 주역의 산하출천몽, 군자이과행육덕에서 몽천이라고 하였다. 

비답이라고 하는 것은 상소에 대하여 말미에 임금이 적은 가부의 하답이다. 울진의 삼조어비각은 효종 7년(1656)에 내린 우암 윤시형의 만언소에 대한 비답과 숙종 4년(1678)에 내린 윤시형의 장남인 삼족당 윤여룡의 국가편의 17조에 대한 비담 및 정도 15.16년(1791~1792)에 윤여룡의 손자인 황림 윤사진이 저술한 정관치설등을 간행. 배포토록 한 임금의 비답을 보관한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할 수가 있다.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절대권락을 가진 사람에게 답을 구한다는 것은 당대에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했었다. 

조선시대 세 명의 임금에게 내린 비답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여 삼조어비각이라 이름을 짓고 정조 18년(1794) 몽천서원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보통 이렇게 고인 물은 어쩔 수없이 오염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의 물은 얕지만 맑다. 

몽천서당 건립 이전부터 있었던 나무 홰나무가 눈앞에 남아 있다. 홰나무는 회화나무라고도 하며 중국 주나라 조정 뜰에 3그루를 시멍 삼공의 자리로 삼았으므로 정승나무라고도 한다. 

무슨 일이든 무리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시대와 상관없이 운명은 언제나 뜻하지 않게 흘러간다고 할지라도 그 부당한 흐름을 견뎌내는 것도 사람의 재능 가운데 하나다.  

삶에서 항상 불안은 상존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불안은 하루하루가 아주 소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기에 최선을 다해 삶을 일구어가고 어떤 사람은 불안하기에 그냥 무기력하게 바뀌어버린다. 

왕에게 글을 올리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면서 삶의 방향을 정했을 수도 있다. 최근에 삶에 대해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속도가 빨라지면 주어지는 것은 불안이라는 단점만 더욱더 커지게 된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느냐에 대한 밀도다. 삶의 밀도를 느낄 수 없다면 만족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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