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도서관 대전작가탄생 100주년 기념전 당신의 100년
어떻게 하다 보니 하는 일이 모두 펜으로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글을 쓰는 것도 키보드지만 펜이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연필이다. 둘은 비슷하지만 다르고 표현방법은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인간적인 본질을 표현하기 위함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글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이 된다. 소설, 시, 에세이, 인문, 희곡, 여행 등 분야도 다양하다. 99라는 숫자는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기대되는 숫자이며 100이라는 숫자는 완성의 의미도 있지만 더 나아가 수도 있다. 어떤 숫자가 더 설렐까.
한밭도서관을 방문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집과 가까운 도서관을 방문하다 보니 거리가 있는 한밭도서관에는 갈 일이 많지가 않다. 대학교 다닐 때는 자료가 한밭도서관에 많아서 이곳에 와서 원서라던가 비싼 서적을 복사해서 가기 위해 자주 갔었던 기억이 난다.
대전문학관은 대전의 문화와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지원하고 공간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이렇게 찾아가는 문학전시를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요즘 도서관의 1층에는 전시공간을 갖추어둔 곳이 많아서 수시로 전시전을 하고 있다. 5월 4일부터 26일까지 한밭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는 한밭도서관 초청 특별전(대전작가탄생 100주년 기념전 내용 재구성)을 하고 있어 방문해 보았다.
한밭도서관에서는 주기적으로 인문학강좌를 열고 있는데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소크라테스, 조선의 왕, 연암 박지원, 가우디에 대해 다루는 강의가 이어진다. 모두 자주 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다. 소크라테스의 철학, 조선의 왕, 면천군수로 있었던 박지원, 건축을 공부할 때 자주 만난 가우디 등은 사람을 유혹하는 어떤 것들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밭도서관에서는 월간지를 발간하는데 5월의 표지인물은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 역시 책을 사랑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대전이라는 지역이 발전하게 된 것이 대전역이 놓이면서부터이니 현대문학이 발전하게 된 것도 늦을 수밖에 없었다. 1923년은 1923년에 태어난 대전의 문인, 한성기 시인, 박희성 시인, 원종린 수필가가 탄생한 지 백 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이들에게 산다는 것은 지금과 많은 것이 달랐을 것이다. 자유가 억압된 세계에서 예술가적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세계에 외침이었다고 한다.
함경남도에서 태어난 한성기 시인은 아내와의 사별을 겪으면서 이별 및 그리움의 정서를 시로 담았으며 독립운동가로도 활동했던 박희선 시인은 일제에 대한 투쟁 끝에 희생된 동지들을 추모하는 문장을 썼으며 원종린 수필가는 젊은 시절에 옥고를 치르고 그때의 경험과 잔상을 작품을 통해 써 내려갔다고 한다.
세 사람의 인생과 삶 그리고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 세로 혹은 가로 읽어볼 수 있는 전시전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말해주는 스승이 있다. 자연은 스승이며 사랑이며 가만히 있어도 전달해 주는 것이 있다. 이곳에 자리한 세 사람의 이야기에도 자연이 있었다.
내면에 어떤 것을 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다르게 보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가 있다.
이곳에는 작가들의 글과 시에 대해 채색을 하면서 그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의 흔적을 남겨볼 수 있다. 누군가의 글을 따라 써보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주기도 한다.
최근에 본 영화 혹성탈출의 새로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 전차와 같은 강력한 무기처럼 보였지만 필자에게는 책이었다. 생각을 담아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다른 생각을 퍼져나가게 할 수 있는 책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그 무언가다. 글이 있었기에 우리는 현재를 누릴 수가 있다.
필자 역시 100이라는 숫자로 향해 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하는 연필이 몽당연필이 되어 100개가 된다면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다른 색채의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99에서 1을 채워 만들어지지만 또 다른 풍요로움과 깊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시작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