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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9. 2024

동양척식 주식회사

5월에 시간여행을 하기에 좋은 나주의 영산나루와 문화유산

망망대해를 탐험하며 미지의 세계를 그린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전 세계로 나아가려는 제국들은 탐험을 통해 다른 국가에 있는 다양한 생산물을 가져와서 자국에서 큰 이익을 얻기도 했었다. 그 시대에는 해적들도 있었는데 사실 국가에서 공인했던 회사들도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 비슷했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로 네덜란드를 황금시대로 이끌었던 동인도회사는 큰 수익을 거두었다. 미래의 수익을 위해 암스테르담에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를 세우고 동인도회사의 주식을 매매하였다. 

나주에 걷기 좋은 길이며 활발한 교역활동이 있었던 영산나루가 있다. 유럽의 고가구와 한국의 전통 가구, 영국의 골동품 찻잔 세트와 규방 수예 소품들이 잘 어우러진 기품 있는 찻집이 자리한 곳에 영국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본떠서 만든 일본의 잔재가 남아 있다. 

나주 영산나루에 자리한 이 근대건축물은 일본 동양척식회사의 문서고로 쓰였던 곳이다. '척식'이란 "한 국가에서 국외의 미개지를 개척하여 자국민의 이주와 정착을 정책적으로 촉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1908년 일본 정부의 훈령 및 내각 의회의 승인 하에 따라 동양척식주식회사법이 통과되자 조선에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한 척식(拓殖) 사업하에 본 회사를 설립하였다. 문서고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니만큼 이곳에는 한반도 곳곳의 땅과 자산에 대한 정보가 보관이 되어 있었다. 

일본은 근대화과정을 거칠 때 영국을 참조를 많이 했었다. 동인도회사는 무역회사였지만 회사의 대표가 식민지총독을 겸임했다. 아시아 지역의 무역을 완전 독점하고 회사 영토 내에서의 사법 및 치안권은 물론, 제한적인 외교권 및 군사행동권(현지 용병을 고용 등)까지 갖고 있는 사실상의 총독부였다.

자유로운 항해를 꾀했던 그 시대를 그리고 제복을 입은 군대들과 대립하던 해적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이었다. 

영산나루에 자리한 오래된 근대건축물을 보고 아래로 내려다보면 과거 영산나루의 모습을 그린 벽화를 만나게 된다. 모든 교류는 풍요를 만들게 된다. 영산나루는 병풍산 북쪽 용흥사 계곡에서 발원하여 장성군, 광주광역시, 나주시, 영암군, 함평군, 무안군, 목포시 등지를 지나 영산강하굿둑을 통해 서해로 흘러드는 강의 나루터다. 

근대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한 카페로 들어가 본다. 입구에는 생텍쥐페리와 함께하는 포토존도 만들어져 있다. 

카페는 마치 영국의 동인도회사를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도자기와 홍차들이 보인다. 이 카페는 홍차를 팔고 있는데 영국 동인도회사는 유럽 전체에 차 문화를 확산시켰다. 남성만 출입이 허용되는 커피하우스 대신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티가든(Tea Garden)이 유럽 사교 문화로 번성하며 여성 인권 신장에도 일조했다. 

오래된 문화유산과 동인도회사를 본떠 만들었던 동양척식회사의 흔적을 살펴보고 걷는 길에 영산강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접해본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공기업이라 주가가 저평가되었을 뿐, 시가총액은 당시 미쓰비시 등 거대재벌보다도 위라고 평가되던 초거대 기업이었다. 

영산강에 자리한 영산나루를 배를 타고 올라가듯이 걸어 올라가면 곳곳에 근대문화유산을 살펴볼 수가 있다. 동양척식주식회사와 관련이 있는 일본인의 지주가옥은 나주시 소유였는데 타오르는 강 문학관으로 리모델링해서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 

본래 일제강점기에 나주 지역에서 가장 많은 농토를 보유했던 일본인 대지주 구로즈미 이타로의 가옥이었으며 소설 ‘타오르는 강’의 시대 및 공간적 배경이 일맥상통해 적임지로 꼽혔다고 한다.  문학관을 적극 활용해 주민들을 위한 문예창작 교실과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다채로운 문학행사를 열고 있다. 

세계화시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의 곳곳에도 그 여파의 흔적이 남아 있다. 본 회사는 조선이 식산(殖産) 진흥을 담당하고 일본에서 근면(勤勉)하고 농업에 전문성을 가진 농민을 육성하여 진보된 농법 전수와 식산사업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세워진 회사의 흔적과 일본인의 흔적을 살펴보는 여정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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