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천주교 신앙의 발원지라는 언양의 중심지 언양성당
전국에 지역명중에 끝에 양이 붙은 곳이 몇 곳이 있다. 한자로 볕양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고추로 유명한 청양, 지리산의 풍요를 간직한 함양, 불고기로 잘 알려진 언양이다. 이 세 곳 모두 지명유래는 이곳이 항상 양지바른 곳이라는 데서 나온 것이라 한다. 한양이라는 곳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명이 서울로 바뀌었으니 그곳은 제외하고 이 세 곳 중 언양은 울주군에 속해 있는 곳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울산군에 병합되고 나서 지속적으로 울산에 속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날이 따뜻해져서 나들이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때다. 1018년(현종 9) 울주의 속현이 되었다가 1143년(인종 21) 감무를 두었으며, 그 뒤 지금의 이름인 언양으로 고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니 1,000년이 넘는 지명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언양에는 언양성당이라는 곳이 있다. 숨어 살던 천주교 신자들이 1926년에 처음 공소를 세운 것이 1926년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보드뱅 신부가 1936년에 언양성당을 완공하였다고 한다. 이제 2년만 있으면 100주년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1936년 울산지역 최초로 건립된 언양성당은 13개의 성지 및 천주교 사적지와 16개의 공소가 있는 경상남도 지역 천주교 신앙의 출발지로 언양성당을 중심으로 상북면과 두서면 일대 공소(본당보다 작아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고 순회하는 천주교 공동체 및 건축물)를 연결하는 3개 코스가 조성이 되어 있다.
인보성당∼하선필공소∼상선필공소∼탑곡공소에 이르는 8.1km의 1코스, 언양성당∼길천공소∼순정공소∼살티공소∼살티 순교성지에 이르는 13.1km의 2코스, 죽림굴을 찾아 영남알프스를 오르는 길로 상북면 이천리(배내골)∼죽림굴에 이르는 3.2km 길인 3코스가 조성이 되어 있다.
울주 천주교 순례길은 종교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걷기 좋도록 산책형으로 가볍게 걷기에 좋은 봄철 여행길이기도 하다. 순례길 안내와 가이드북은 이곳 언양성당에서 받을 수 있다.
언양성당의 본당은 회색과 빨간색의 벽돌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이곳엔 신앙 유물과 민속 유물, 언양 천주공교협회 등 본당 단체들이 남긴 기록, 초기 교회 교우들이 사용하던 각종 기도서 교리서 등 고서, 제의 등 총 696점이 전시되어 있다.
언양을 생각하면 불고기를 생각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고기를 생각하고 이곳에 왔다가 생각보다 많은 유적과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을 지나 언양성당 뒷산 숲길 따라 조성된 십자가의 길은 바위에 그 장면 장면을 새겼는데 반구대 암각화가 연상이 된다.
지금은 성당 건축물등에 고딕양식이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고딕은 5세기에 로마 제국과 그 아름다운 고전문화를 파괴한 야만적인 고트족이 지은 중세 건축(그들은 이것을 비고전적이고 추악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음)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었다.
모든 변화와 평가는 시간이 지나고 드러난다고 했던가. 경멸의 뜻을 담고 있던 고딕 예술은 고딕 건축구조의 중요한 특징들은 무거운 돌로 만든 사이가 넓은 볼트(vault)를 지탱할 방법을 꾸준히 연구한 중세 석공들의 노력의 결과로 생긴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생각과 변화는 그때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언양은 18세기말부터 시작된 모진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죽음으로 신앙을 지킨 사람들의 행적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성당은 오랜 시간의 연구결과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고딕 시대의 석공들은 로마네스크 시대의 석공들보다 훨씬 크고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었고 건물구조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고딕 조각은 주로 성당을 비롯한 종교적인 건물 장식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건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