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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1. 2024

나주에 나비처럼 살포시

나주잠사주식회사가 나주 나빌레라에서 미디어아트로 채색되다.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윤도현의 공연을 우연하게 보았다가 마침 그날 발표한 노래 나는 나비를 듣고 오랫동안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노래를 잘 부르지는 않지만 한 때는 노래방은 친숙한 공간이었다. 작은 애벌레였다가 봄바람이 불어올 때 자신의 꿈을 찾아 세상을 자유롭게 날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비를 보면 슬며시 혹은 우두커니 볼 때가 있다. 날아가는 패턴이 있지는 않지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만 같다. 

나주를 방문할 때는 항상 나주에서 하룻밤을 자고 온다. 나주라는 도시에 대해 알고 싶기도 하지만 전라남도의 중심도시인 나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나주에는 복합문화공간인 나주극장이 자리하고 있다.  7월 7일까지 6주간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에서 미디어아트 시범 전시 '어게인(AGAIN)'을 개최하고 있는데 밤에는 미디어아트를 만나볼 수가 있다.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아니라 그보다는 더 가까운 과거에 이곳은 나주잠사주식회사가 자리한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센가가 처음 이곳에 나주센가제사공장을 설립하였다고 한다. 나주는 전남에서 가장 많은 뽕밭과 누에고치를 생산하는 지역이었다. 

옛날에 사용하던 건물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미디어를 활용하여 건물을 활용하였기에 독특한 느낌의 건물이 되었다. 나주잠사는 나주를 비롯하여 영암, 강진, 해남, 진도, 함평 등 7개 지역에서 생산되는 누에고치를 전량 수매하여 중화학공업등과 반도체 등이 자리 잡기 전에 국가 경제발전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이곳은 나주시가 나주잠사주식회사가 1994년에 폐업한 것을 2013년에 매입하여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어 2017년에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라는 명칭으로 개관식을 가지고 현재까지 운영을 하고 있다. 

야간에도 시간이 된다면 나빌레라 문화센터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나빌레라라는 뜻은 나비 같다 혹은 나비구나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다른 뜻으로는 나비처럼 살포시 앉아 있는 자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나주는 큰 도시였었지만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 등이 일어나면서 도청을 광주로 이전하고 나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지금 전남도청은 무안으로 이전을 했다.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에 붙여진 제목 어게인은 나주극장의 미래를 함께 상상해 보자는 의미를 담은 전시이기도 하다. 

오래전에는 이곳이 핫플레이스였다. 옛 나주극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나주천 정비사업을 통해 조성한 하천부지에 소주 공장, 잠사(누에) 공장 등 산업시설과 함께 들어선 지역 최초 극장이었기에 이곳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성화가 되었었다. 

형형색색으로 변화하는 조명이 이곳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버려진 유휴시설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해 창의적 문화예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던 나주극장은 방치된 유휴시설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해 창의적 문화예술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통한 원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2025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올해 건축공사를 모두 마무리 짓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애벌레였던 적이 있었고 자신의 의지대로 날아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밤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나주 나빌레라처럼 나비처럼 살포시 꾸준하게 변화한다면 꽃을 찾을 수도 그리고 누군가의 사랑을 전하는 나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문화란 그런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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