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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9. 2024

예전의 명품

진천 종박물관 지역 전통공예작가 시리즈 오색빛 정성, 침선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아이템이나 아니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실생활에서 필요한 것도 있지만 실생활에서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다. 진천군에 자리한 종박물관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지역전통공예작가시리즈를 통해 전통공예에 대한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공예역량 또한 학술적으로 설명하는데 기여를 해왔다. 

진천 종박물관은 여러 번 방문한 곳이어서 종과 관련된 이야기는 몇 번 언급해 왔다. 변화되는 것은 진천종박물관의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다. 진천군 문화예술의 미래를 여는 산실이자 거점 문화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열리고 있는 전시는 별 볼 일 없던 천 조각들이 보여주는 선과 면의 기하학적 조형과 색채미를 통해 생활이 곧 예술이었던 선조들의 탁월한 미감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예전에 명품처럼 생각하고 가지고 싶었던 아이템들이 엿보인다.  

한국 규방의 생활 소도구였던 소품들은 섬유예술과 패션, 디자인의 주인공으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어령 교수는 인간의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두 동사를 싸다와 넣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다른 패션을 보여주고 싶은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뉴요커등은 동양 혹은 한국의 보자기를 애용하는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전통 육아용품은 포대기였다. 

평균소득도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인들이 옷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옷은 찢어지거나 누렇게 변하면 사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옷으로서의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트렌드에 따라 얼마든지 옷을 계속 구매한다. 

천이라는 것은 본질을 감싸는 포용성, 사용에 따라 모양새와 크기가 달라지는 유연성뿐만이 아니라 자투리 천 조각도 알뜰히 사용하는 유용성까지 볼 수 있는 전시전이다. 

내면이 차오르게 되면 물질에 대한 것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게 된다. 굳이 무언가를 구매해서 보여주지 않더라도 이미 내부는 차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전시된 천조각들의 다양한 모습만 보아도 충분히 재미가 있다. 

이 공간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바로 여자아이의 옷과 다양한 소품의 전시공간이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한 명의 아이에게 신경을 쓰면서 오히려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사악한 기운을 막고 아이 정서까지 고려한 색동옷이나 명주와 무명처럼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 따뜻한 누비옷, 아이의 신체 특성에 맞는 쓰개와 소박한 꾸미개등이 전시되어 있다. 

아이는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며 커나가게 된다. 성인의 관점에서만 아이를 보는 것은 아이가 생각의 다양성을 가지게 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침선은 바느질을 말한다. 한 땀 한 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명품의 기본이 되기도 한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시대에도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해서 수를 놓고, 매듭을 묶고, 염색하는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문화는 명품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예전의 명품이었지만 여전히 그 방식은 지금의 명품과도 다를 것이 없다. 


진천종박물관 지역전통공예작가시리즈

오색빛 정성:침선

2024. 5. 2. THY. - 7.28. SUN.

진천종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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