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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30. 2024

경험의 가치

탁 트인 상주 임란북천전적지에서 서바이벌 생존자 이일

상주라는 도시는 경상북도의 중심이 되는 도시이면서 여행으로도 매력이 있는 지역이다. 상주읍성이 남아 있었다면 더욱더 매력적인 역사도시로서의 의미가 있었을 텐데 일제강점기인 1912년에 완전히 허물어져서 그냥 옛 중심도시의 이야기는 사라져 버려서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역사를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보면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스토리로 어렵지 않게 읽히게 된다. 상주는 무엇보다 이일이라는 사람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 곳이다. 

탁 트인 시야에 방어나 공격도 유용한 지역에 자리한 이곳은 상주 임란북천전적지라는 곳이다. 이곳에서 열세에 놓인 조선 중앙군 900여 명이 대부분 사망하고 순변사인 이일만 군복을 모두 벗어버리고 위쪽으로 올라가서 살아남았다. 지금으로 말하면 이일은 서바이벌 생존자인셈이다. 

오는 6월 4일에 제432주년을  맞이하는 임란북천전적지 충렬사 제향이 이루어지게 된다. 일제에 의해 사라진 상주읍성은 최근 4대 문과 관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발견됐고 두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에서는 해자와 성벽 일부도 확인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에 정부였던 조선 조정은 오판을 하였다. 예전에 왜구나 조금 들어와서 침략을 하던 그때로 기억을 하였던 것이다. 물론 여러 정보가 조정으로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름 1,2,3,4차 방어선 구축계획을 세웠다. 부산진성, 다대진성, 동래성이 1차 방어선, 울산에 자리한 병영성이 2차 방어선, 3차 방어선은 이곳 상주에서 왜군의 북상을 저지하고 4차 방어선은 신립이 충주에서 충청, 경상, 전라 하삼도등에서 차단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이곳에 내려오기 전에 이일은 이탕개의 난을 비롯하여 여진의 침략을 분쇄한 북방의 주인공이자 떠오르는 스타였다. 그의 휘하에는 이순신도 있었다. 절대적으로 병력이 부족한 녹둔도에서 이순신이 병력 증원 요청을 받았으나 증원을 해주지 않아 패배한 책임을 물었다. 그렇지만 선조는 이순신의 당시 상황을 보고 목을 베지는 않고 백의종군정도로 끝을 낸다. 

상주의 북천이라는 지역을 가보면 알겠지만 사방으로 탁 트인 것이 머물기에 좋고 동행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여러 사정에 의해서 순변사인 이일은 이곳에 진을 치게 된다. 1차, 2차 방어선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원래는 대구에 3차 방어선을 만들려고 했으나 이미 왜군에게 점령을 당했다. 이일은 한양에서 지금의 하사관이나 소위 같은 초급 무장을 300명을 모으려고 했으니 겨우 모은 사람들이 60명에 불과했다. 

북천전적지의 상주 객사건물인 상산관(商山館)을 1992년 6월 28일 이곳으로 이전해 왔으며, 2층 누각 태평루 또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이곳에는 북천 전투에서 일본군과 싸우다가 순국한 3 충신(종사관 윤섬 · 박호 · 이경류)과 2 의사(의병장 김준신 · 김일)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충신의사단비(忠臣義士壇碑)’ 복제본과 상주목 판관으로 재직 중에 순국한 권길의 충절을 새겨 둔 ‘판관 권길 사의비(判官權吉死義碑)’가 세워져 있다.

이일이 60여 명의 초급 무관들을 이끌고 경상도에 들어온 것이 4월 23일이었다. 그리고 24일 주변에 남아 있는 군사들을 모아보니 800~900여 명 정도였다고 한다. 왜군과 정면충돌을 해본 적이 없던 이일은 나지막한 산을 배경으로 전방으로 시야가 넓게 트인 북천 일대를 전장(戰場)으로 선택한 것은 북방 전투에서 얻은 자신감 때문이었다. 개활지에서 기병 전술과 나름 화포를 이용해서 전과를 올린 것이 자신의 경험이었다. 일부에서는 상주읍성을 기반으로 수성전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지만 이일은 듣지 않았다. 

북천의 개활지에서 왜군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몰려들기 시작한 왜군은 사방에서 올라와 아군을 모두 감쌌다고 한다. 전투는 순식간에 왜군의 승리로 끝이 났고 이일은 군복을 갈아입고 그냥 평민처럼 변신하고 충청북도 신립이 있던 충주로 향했다.  

충주로 가서 왜군은 기존의 기병을 활용한 전투로를 가능하지 않다고 이일은 신립에게 이야기했으니 신립 역시 험한 곳에 주둔하지 않고 넓은 들판인 탄금대로 나아가서 진을 치고 결국 모두 죽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서바이벌의 강자 이일은 살아남아 평양으로 가서 합류하게 된다. 사람은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실제경험과 다양한 책을 읽어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가 있다. 상주 북천전적지에서 경험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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