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시대의 인물을 모시고 있는 함양 최치원 역사공원
어떤 문장을 쓸까를 생각하면 할수록 고민이 될 때가 있다. 현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지식인뿐만이 아니라 과거에서도 참고할만한 사람을 자주 찾아보곤 하는데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 문장후 최치원이다. 최치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지역은 많이 있지만 최치원을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역사공원은 만들어둔 곳은 함양군이라는 지역이다. 최치원은 토착신앙인 무(巫)를 토대로 외래사상인 유불선 삼교를 회통 융화시켜 우리의 교유 사상인 풍류를 정립한 인물이다.
함양군은 최치원 선생의 덕과 학문, 애민정신 등을 후세에 전승하기 위해 상림인근에 학습의 장을 마련하고 함양의 보물인 상림의 역사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최치원 선생 역사 공원을 지난 2018년에 조성했다.
고운 최치원 선생 관련 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창원시, 합천군, 함양군, 군산시, 서산시, 문경시 등 8개 시·군·구 자치단체들이 ‘고운 최치원 인문관광 도시연합 협의회’ 출범식을 가졌던 것이 벌서 10여 년 가까이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답이 없기 때문에 철학이 나오고 때론 종교가 의미를 가지기도 했다. 그것은 동양뿐만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최초의 여성 수학자라는 히파티아는 신플라톤주의 철학자였다. 그녀는 그리스도교 신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교도도 아니었다.
히파티아는 어떤 종교집단이나 예배, 점이나 마술, 미신에서는 일절 가담하지 않고 플라톤의 사고와 실천 체계로 신적 존재에 이르는 방법을 찾고자 했던 사람이다.
공부의 신이었으면서 합리적인 길을 모색했던 것을 보면 최치원과 히파티아가 걸었던 길은 비슷해 보인다. 최치원 역사공원에서 진행하는 ‘2024년 상반기 주말 체험 프로그램’을 오는 17일부터 6월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운영한다.
돌 틈에 뿌리내려 잎 쉬 마르고
바람과 서리에 자칫 꺾이고 상하네.
가을 자태 자랑하는 들국화야 바라리오만
추운 날 끄떡 않는 소나무를 부러워하네.
가여워라 고운 빛깔로 바닷가에 서 있건만
어느 누가 좋은 집 난간 아래 옮겨심을까.
뭇 초목과 다른 품격 지녔건만
지나가는 나무꾼이나 한 번 봐 줄는지.
최치원 - 진달래
문장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풍경을 그리듯이 글을 쓰기도 하는데 최치원은 탁월한 문장력과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감성이 있었다. 그의 생각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읽으면서 생각하기보다 보고 듣는 것에만 익숙해지면 생각하는 힘이 결국에는 사라지게 된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걷는 것은 그만큼의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최치원의 영정은 현재 19곳에 봉안되어 있다. 그것은 대체로 문인풍의 영정과 신선풍의 영정으로 나뉜다. 영남 일대는 최치원이 자연을 벗 삼아 노닐었던 말년의 삶과 연고 되었으므로, 다른 지역보다도 신선풍의 영정이나 석각의 전승이 특징이다.
함양의 최치원 역사공원은 서원의 모습과 다르게 만들어져 있어서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상상하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러 곳에서 최치원을 생각하고 그 의미를 담아놓는 공간을 조성해 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듣고 싶지 않아서 떠났지만 세상의 일이 들리기에 최치원은 온갖 지저분한 말들에 시달리며 더러워진 귀를 개울물에 깨끗이 씻어냈다고 한다. 함양의 매력은 더욱더 커지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