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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2. 2024

인사이드아웃 2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를 감싸 안을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과연 어떤 기억과 경험들이 나를 이루는 곳일까. 많은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짧은 기억들을 저장하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누구나 아주 만족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완벽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가면을 쓰기도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에 있기 위해서 거짓말도 하고 때론 자신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성장하면서 어릴 때의 기억이나 경험은 하나의 섬처럼 자리 잡아서 자신을 이루기도 하고 먼 곳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과연 자신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인사이드아웃 2는 어른들에게 깨달음을 선사하는 철학 애니메이션의 정석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자신이라는 존재의 자아를 확립하기 전까지의 사람의 감정은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으로 구분해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자아를 느끼게 되면서 낯선 감정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어릴 때 어딜 놀러 가면 다른 아이가 가지고 있는 풍선을 부러워해서 그걸 사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도 그걸 가져야 할 것 같은 기쁨의 감정이다. 비교를 해서 자신이 그 아이가 부럽다기보다는 원초적인 감정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가 사라지고 나면 금방 싫증이 나서 버려버리고 만다. 그래서 부모들은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그건 아이가 단순하게 접근한 것이지 어른의 관점으로 보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났다면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성격이 형성되고 자신의 자아를 반영한 신념이 생겨나게 된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집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서 그 성장을 이끌어낼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누군가가 바라봐주지도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래서 평생 드러내기 힘든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인사이드 아웃 2는 각기 다른 출신지와 다양한 관심사를 지닌 13~16세 사이의 아홉 소녀와 3년간의 정보수집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끌어냈다고 한다. 인사이드 아웃 2의 주인공은 바로 불안이다. 불안의 감정을 잘 이용하면 엄청난 성장동력을 만들어낸다. 불안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아주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를 강하게 몰아붙이며 미래를 대비하고 꿈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좋은 경험이나 감정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한꺼번에 무터트리기도 한다. 지금 상태가 그냥 좋다는 사람은 불안이라는 감정이 아주 깊숙하게 숨어 있는 사람이다. 사람에게 기쁨이나 슬픔, 분노등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현실에만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안정적 일지는 몰라도 발전은 없다. 

사람의 기본적인 감정은  과거에는 창피하거나 나쁜 경험들은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리려고 노력한다. 그런 모습의 자신도 역시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숨기려고 한다. 일련의 경험을 통해 성숙한 자신이 되었지만 그 경험 중 상당 부분 불쾌한 것들은 감정의 쓰레기장으로 몰아버리려고 한다. 기쁨은 아주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라일리의 신념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순수무결한 느낌의 이타적이면서 좋아 보이는 느낌만 담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했던 것이 불안의 요소를 더욱더 가중시켰던 것이다. 

부러워하는 감정과 불안해하는 감정은 함께한다. 이 두 감정이 번갈아가면서 올 때 자신도 예상치 못한 실수가 나오고 당황하게 된다. 당황하게 되면 예상치 못했던 따분 혹은 쿨함 같은 것이 갑자기 등장한다. 가족만큼이나 커다란 존재가 된 친구들도, 꿈꾸던 우상과 함께할 수 있는 아이스하키 팀 앞에서 라일라는 새로운 감정과 혼란을 겪게 된다. 모든 감정들은 결국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끌어가고 싶다는 의욕은 앞서지만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해 때론 혼란을 겪게 된다. 사람이 영원히 기쁠 수도 없고 슬픔에 잠겨 있을 수도 없으며 분노로 인해 스스로를 망칠 수도 없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자신이 예상치 못한 길과 에너지를 부여해주기도 한다. 모든 감정은 결국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마치 조율이 필요한 오케스트라의 합창처럼 들리기도 한다. 웃다가 때론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게 하는 인사이드아웃 2는 잘 만든 영화이며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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