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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6. 2017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몸에 좋은 제철 재료 

사찰을 가서 음식을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고기도 안 들어갔지만 맛 좋은 한 끼 식사는 계속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 우연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 때 사찰에서 꼭 해결하는 편이다.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라는 책은 반찬 일과 열세 스님이 들판에서 만든 제철 재료와 사찰 음식 레시피를 담고 있다. 수많은 요리책 중 사찰에서 등장하는 음식의 요리책으로 조금은 독특한 느낌이다. 


각 챕터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뉜 이 책은 제철 재료와 그 맛의 특색을 담고 있다. 봄에는 냉이, 미나리, 고사리, 국수, 명이, 여름에는 보리 오이, 감자, 옥수수, 밀, 매실, 가을에는 토마토, 수수, 장, 포도, 늙은 호박, 표고버섯, 겨울에는 두부, 김, 콩나물, 시금치, 미역, 배추가 등장한다. 


속도 고치고 마음도 고친다는 냉이는 봄에 먹으면 몸에 보양이 되는 음식재료다. 사찰에서도 방석 식물의 일종인 냉이를 음식재료로 자주 활용한다고 한다. 겨울에 알턴 병자도 약 대신 냉잇국을 먹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책에서 소개한 냉이 표고버섯전은 이렇게 만들면 된다. 


1. 표고버섯을 먹기 좋은 크기로 쪼개 물을 붓고 밀가루와 간장을 넣는다.

2. 반죽을 골고루 섞어준다. 

3. 깨끗이 씻어놓은 냉이를 3~4cm 길이로 잘라 넣는다.

4. 팬에 들기름을 쌀짝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부친다. 

일전에 경상도를 놀러 갔다가 미나리와 삼겹살을 함께 싸서 먹은 다음 미나리가 무엇보다도 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책에서 소개한 미나리는 보현산에서 나는 미나리로 그 달달함이 다른 곳에서 재배되는 미나리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절밥에 미나리가 귀하게 쓰이지요. 맛이 좋은데 값도 싸니까 삶고 날로 쓰고 끓이고."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유명한 국수 산지는 바로 예산이다. 서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인 국수는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로 가장 많이 먹기는 하지만 먹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그만큼 효용성이 높은 재료이기도 하다. 


"버섯과 다시마로 채수를 내고 물국수를 만들어내는 걸 보통 스님들이 좋아하시죠. 오늘은 비빔국수예요. 제 경험으로 좋은 국수는 비볐을 때 가치가 빛나기도 합니다." 

지유 스님의 심심하고 단정한 버섯 비빔국수 


1. 각종 버섯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물기를 뺀다. 

2. 양념 재료를 모두 섞어 비빔장을 만들고, 비빔장에 버섯을 재워놓는다.

3. 면을 삶는다. 물이 끓어오를 때 찬물을 조금 넣는 것을 세 번쯤 반복하며 삶아낸다. 삶은 면은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뺀다. 

4. 물기 뺀 면에 재워놓은 버섯과 나머지 양념을 넣어 고루 무친다. 어린잎 채소를 얹어낸다. 

명을 이어준다고 하여, 명이나물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오는 그리움

을 지나 초여름에 먹으면 더 감칠맛이 나는 오이 여행을 떠났다. 오이는 딴딴할 때 담가야 맛이 좋다고 하는데 오니는 꽃피운 반대쪽이 쓴 작물이다. 


"오이는 물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요. 흔히 오이가 물이 많으니까 물을 좋아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겁니다. 까다로운 작물이지요." 

장류는 속세나 사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음식재료다. 


"좋은 균이라도 죽으면 냄새가 납니다.

청국장은 살아있는 균이 있으니까 네.

냄새가 안 납니다."


콩 그 자체로는 그냥 소박하지만 그 곡식이 삶고 저장하고 익히면서 쓸모가 높은 음식이 된다. 그것이 장이다. 

사찰 음식이니 만큼 버섯에 대해 많이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 김을 찾으러 지방으로 가본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김을 소개한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이 가게 된다. 

파래는 녹조류이고, 김은 홍조류, 미역은 갈조류에 속한다. 그중에 김은 우리 식단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음식이 아닐까.


"김도 기본적으로 육지의 것과 같소. 질소와 인을 먹으면서 자라지라, 바다도 육지와 다른 게 하나도 없소." 


"글쎄. 절밥다운 공양을 했어. 고추나물에 깻잎장아찌, 콩잎 절임에 매실장아찌, 김치와 묵은지가 하나였어. 밥이란 뭔지 한 소식을 보여 주시더군. 아아. 정말 잘 먹은 밥이었어. 오래도록 그런 밥을 언제 또 먹겠어."


속세와 거리를 두었다고 하나 스님이나 비구니 역시 이세상과 더불어 살아간다. 한국에서 사는 그들 역시 우리 땅에서 자라나는 음식을 먹고 삶을 영위한다. 스님들의 수도와 사람의 삶은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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