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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0. 2024

아름다운 전주의 정취

후백제의 수도 이성계의 선조가 살았던 전주의 덕진연못 

전국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심의 호수들도 있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곳만큼의 정취는 사실 적을 수밖에 없다. 도시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그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때로는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접하는 공간이 있다. 오래전에 단오절에 부녀자들이 아침 일찍 머리를 감고 한해 건강을 기원하는 단오 창포물 잔치로 유명한 곳이 있다. 전주에는 여름이 되면 연꽃 향기와 더불어 그윽이 풍기는 연못 중앙을 거닐어 볼 수 있는 덕진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한옥의 도시이면서 조선시대의  영흥의 준원전, 경주의 집경전(集慶殿), 평양의 영숭전(永崇殿), 개성의 목청전(穆淸殿) 등과 함께 조선시대에는 국조인 태조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 지내는 경기전이 있는 전주는 한옥마을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전주의 덕진연못으로 불리기도 하는 덕진공원은 건지산 계곡의 물이 고이던 곳이었다. 지금은 전주의 중심에서 다양한 편의시설과 산책로등을 갖추어두어 시민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덕진공원을 만들게 된 덕진제방은 전주땅의 덕과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온전한 고을을 이루고자 했던 풍수비보적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이곳이 수도처럼 기능을 했을 때는 마한의 원산성이나 견훤이 세운 후백제시대에 40여 년간 수도역할을 했었다. 

덕진공원의 규모는 4만 5천여 평에 이르며 연못과 북쪽의 보트장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현수교가 양분하고 있는 형태이다. 고려시대에 형성된 자연 호수가 1978년에 도시공원으로 조성이 되었고 1998년부터 재개장하여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곳곳에 공원을 재조성하는 공사등을 진행하고 있다. 

6월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8월의 날씨처럼 느껴지는 요즘 덕진공원에서는 클래식 영화음악이 연주되기도 했다. 초여름 밤의 특별공연인 ‘대한민국 밤밤곡곡 캔들라이트 순회콘서트’가 6월 초에 개최되기도 했었다. 

다음번에는 전주 덕진공원의 중앙에 있는 연화정도서관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도심의 한가운데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색의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이제 전주 덕진공원을 대표하는 연화교를 건너가서 취향정으로 가본다. 1980년도에 길이 260미터, 폭 1.2미터 연꽃군락지인 연못을 가로지르는 철제현수교가 시작이었다. 그 후 2020년에 길이 284미터, 폭 3미터 전통석교형태로 다시 만들어졌다.  

이름은 아름다운 정자가 전주 덕진공원의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이름하여 취향정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전주 박기순이 자신의 회갑을 기념하고자 세운 정자로 연꽃향에 취한다는 의미의 취향정이다. 사람들을 모아 시회를 열면서 개인적인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 중추원참의 전주 농공은행장 등을 역임하였던 친일행적이 있는 인물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땅을 사서 정원을 조성해 두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공공의 자원인 정원을 잘 조성하는 것은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삶에서 여유가 생길수록 사람은 예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게 되면 사람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된다. 옛사람들은 특히 자신의 호등을 붙인 정자를 만드는 것을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전주라는 지역은 이성계의 선조가 살았던 고향이라는 이유로 완산유수부로 개칭되었던 도시다. 철학자이기도 한 헤르만 헤세는 정원을 돌 보며 조용하고 분명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심신을 치유했었다.  불안과 긴장이 인간과 도시를 지배할수록 우리는 땅과 자연의 생명력을 품은 공간이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날 전주를 대표하는 힐링공간 덕진공원의 취향정에서 잠시 더위를 식혀본다. 계절의 순환이 있듯이 모든 생명의 짧은 순환을 지켜보고 있으면 생겨나고 사라짐의 모든 순환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 연주되었지만 지금은 여름이 어울리는 시기다. 무더운 여름의 특성을 탁월하게 표현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은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는 계절, 모든 생명체가 더위에 지칠 때 뻐꾸기가 지저귀고 산비둘기와 검은 방울새가 노래하며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연주곡이다. 여름이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연꽃의 향을 맡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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