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색이란

안동 하회마을

주거의 개념이 많이 바뀌어서 집이라는 것이 다른 의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원래 집이란 것은 사람이 거처하는 곳이다. 지금은 거처하는 곳이라는 의미보다 재산이라고 인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옛사람들이 거주하던 공간에는 보통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안동의 하회마을, 외암 이간 마을, 전주 한옥마을 등 모두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지난주 독도를 알리는데 첨병이 되는 사람들과 함께 안동의 하회마을을 6년 만에 다시 찾았다. 그곳을 방문해보니 다시 거주하는 마을과 그 안에 집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무릇 마을이란

사람들이 거주하며 삶을 영위하는 곳이며

신분이 귀하거나 신분이 귀하지 않거나 모두 어우러져 사는 곳이니

더불어 사는 마을을 함께 꾸며 그 특색이 드러나게 된다.

사는 것이 그러하니 위세와 돈이 있다고 하여 아름답게 꾸미고 허세를 드러내

남들과 다름을 보이려고 해서는 안된다. " - 나는 누군가


날이 따뜻한 것 같으면서도 바람은 차다. 조금 걸어 다니면 더운 것 같으면서도 잠시 가만히 있으면 추워진다. 그것이 4월의 한국 날씨인 듯하다. 안동 하회마을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옛 모습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다행히 새마을 운동의 화마(?)가 비껴가서 한국인의 관광자원이 된 곳이기도 하다. 과거가 잘못될 수는 있다 그러나 잘못되었음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고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 삶이 그렇고 역사가 그렇다.

경북도청은 안동 하회마을과 청사를 이어 관광벨트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한 곳이 거점 관광지가 될 수는 있지만 웬만한 규모로는 체류형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렇기에 관광벨트를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 하우스 텐보스 정도의 규모조차 운영 적자 등으로 인해 한 때 위기를 겪기도 했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입장 티켓을 끊어 안으로 이동해 보기로 한다.

모든 여행가들은 그 나라의 특색 있는 문화를 만나기를 고대한다. 그 나라만의 색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은 여행에서 가장 큰 목적이며 재미이기 때문이다.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정기적인 공연을 열고 있는데 특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공연이다.

안동 하회마을의 공연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풍물패로 여러 명이 나와 다채로운 집단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진풀이 등을 모두 가리켜 풍물놀이라고 부른다. 안동 하회마을의 풍물놀이는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 보이는 두레 풍물패가 행하는 풍물놀이와 달리 양반을 희화 하하는 형ㅌ로 진행이 된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하는 공연은 하회탈을 쓰고 하는 가면놀이이다. 외국에서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그 캐릭터에 녹아드는 것을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인간이 사회 활동을 하기 위해 칼 융은 페르소나를 가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가면이 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혹은 남을 배려한 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회탈이 있기에 공연이 더욱더 흥겨워질 수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적인 공연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무척 흥미롭게 바라본다는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 행위에 관심이 있을 뿐이지 내용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어떤 국가의 풍자문학은 언어를 상당한 수준까지 이해해야 수용이 가능하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접하는 안동 하회마을의 공연은 압축적이면서 그 속에 풍자를 넣은 것이기에 외국인들은 흥미롭지만 이해가 힘들 듯하다.

어슬렁어슬렁... 두리번두리번... 흘깃흘깃... 희번덕 희번덕...

하회탈을 쓴 사람의 행위가 그렇다. 웃는 하회탈 뒤로 무언가 보여주려는 것처럼 찾아온 사람들 주변을 배회한다.

농경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한반도에서 소는 가장 큰 재산이었다. 지금 소를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소는 음식재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일 것이다. 과거 선조들은 소고기를 먹는 것은 금기시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동반자로 생각했었다. 인도에서는 소를 먹지 않는다. 아니 먹지 못하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인도와 한반도는 똑같은 농경문화를 지나쳐 왔는데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많은 곡식을 재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보다 강한 힘을 가진 소가 꼭 필요했다.


우리도 보릿고개가 있듯이 농경문화에서는 춘궁기에 배가 고프니 소를 잡아먹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만약 있는 대로 다 쓰고 다 잡아먹어버린다면 다음 해에는 살아남기가 힘들다. 그걸 막는 것은 바로 제약이다. 소는 신성한 존재이기에 먹을 수가 없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존재이기에 소중하다.

하회탈을 쓰고 하는 공연 대부분의 내용은 중과 양반을 풍자하는 것이다. 조선 전기에는 양반과 일반 백성들과의 비율이 적정하게 유지되었지만 임진왜란 이후에 그 비율은 급속하게 바뀌었다. 돈으로 양반을 사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니 양반이 아닌 사람보다 양반이 된 사람의 비율이 과반수를 넘은 것이다. 희소가치가 없어진 양반인 데다 돈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니 배울 필요가 없다. 양반은 적어도 사회의 지도층이었으며 지식가였지만 그런 의미가 희석돼버린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돈은 삶을 조금 풍요롭게 살게 해줄지는 몰라도 그로 인한 폐해는 막지 못한다. 공연에서 비꼬아지고 바보 같은 양반은 돈으로 지위를 산 그런 사람이다.

안동 하회마을에는 지금도 대대로 살아오는 사람들의 터전이 되는 공간이다.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그곳에는 아직도 삶이 이어지고 있지만 20~3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삶의 터전이 아닌 그냥 관광지로만 남아 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떤 마을이고 시작점은 있다. 누군가 한 사람이 먼저 살아야 이어서 누군가가 살아간다. 자 이제는 부가 설명 없이 안동 하회마을의 구석구석을 탐해보도록 하자.


여행 가기 좋은 계절은 봄과 가을이다. 덥지도 않고 그렇게 춥지도 않은 딱 좋은 계절이지만 대신 아쉽게도 짧다. 여행에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한국도 지역마다 다른 지역색과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매번 갈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지 않겠는가.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 봄이어서 좋고 무덥고 습한 여름이지만 시원한 실내 명소를 찾는 재미가 있다. 그림 같은 풍광을 보여주는 가을, 온통 흰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겨울까지 모두 4색을 가진 곳이 한국이다.


오래간만의 안동 하회마을의 여행에서 나를 만난 것 같다. 과거의 시간은 잊고 현재를 바쁘게 살며 미래를 소모했었던 예전과 다시 나를 돌아보는 이 시간과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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