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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6. 2024

마음이 향할 곳

나주에 흔적이 남아 있는 신숙주의 생가와 공간들

최근에도 정치권에서는 때 아닌 충성경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절대 권력 혹은 미래 권력과 함께 가는 길이 꽃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버리는 꽃잎처럼 잊혀갈 권력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람 사는 것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향후에도 권력과 돈, 자리를 향한 사람의 욕심은 변할 수가 있을까.

신숙주를 이야기할 때 단종과 세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토록 세종에게 사랑을 받고 이쁨을 받았던 신숙주는 당연히 단종의 편에 서서 충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평가였다. 그렇지만 성삼문과 달리 세조의 편에 서서 오랫동안 영화를 누렸던 것을 빗대여서 변절자라던가 쉽게 상하는 나물에 이름을 붙여 숙주나물이라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나물이 지금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 성공한 셈인가. 

신씨중 대표적인 본관으로 평산 신 씨와 고령 신 씨가 있다. 신숙주의 본관은 고령이다. 고령지역이 대가야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곳을 기반으로 세를 펼쳤던 고령 신 씨는 가야 왕족의 후손이라는 설도 있으나 명확하지는 않다. 고려시대의 신성용이라는 사람을 시조로 두고 지금까지 이어져온 성이다. 지금도 고령에 가면 고령신 씨에 대한 세거지 비석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신숙주가 태어났던 생각은 옛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오래된 집만이 남아 있다. 아마도 신숙주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박했기 때문에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절의는 과연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없다. 그렇지만 신숙주는 자신의 선택한 삶을 살기 위해 재물을 탐하지 않고 현실적이었지만 술수를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오래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년이 넘어 보이지는 않는 건물에 신숙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신숙주는 자신의 고향인 이곳 나주에 내려와서 살고 싶어 했다고 한다. 성삼문은 이른 나이에 죽어 사육신이라는 명예를 얻으며 충절의 상징이 되었지만 신숙주는 목숨을 부지하여 편안하게 산 대신에 명예를 잃었다. 

사실 신숙주는 문화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많은 것을 남겼다. 그는 굳이 단종을 위해 복위운동이나 세조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그냥 흐름에 따랐던 것은 사실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행각 한 그는 집에 있는 책을 모두 독파한 그는 궁중에 있는 장서각(藏書閣)의 책을 모조리 읽었다고 한다. 

세종과 그의 아들이었던 세조는 신숙주의 능력을 높이 샀던 것에 대해 공통점이 있다. 신숙주와 수양대군은 같은 나이의 동갑내기로 둘이 더욱더 친밀하게 된 것은 문종대에 수양대군과 함께 몇 달 동안 중국을 갔다 오면서부터라고 보고 있다. 

신숙주가 살았던 마을을 조용하면서도 아늑하다. 그가 살던 마을은 금안마을인데 다른 이름으로는 한글마을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그가 한글을 창제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큰 역할을 했던 것에 기인하고 있다. 

마을의 안쪽에는 쌍계정이 있다.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가 그 앞에 자리하고 있으며 오래되어 보이는 정자도 남아 있다. 

고려시대 충렬왕 때 문정공 정가신이 세운 정자인 쌍계정에서는 신숙주도 책을 읽으면서 보냈다고 한다. 신숙주는 1417년 금안마을에 있는 외갓집에서 태어나 7년 동안 살았다. 학자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신숙주는 언어 쪽에 많은 재능이 있었다. 세종, 문종, 단종, 세조, 예종, 성종 등 6명의 임금을 섬기며 좌의정과 우의정, 영의정 등 3 정승을 두루 지냈다.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 몽골어, 여진어, 위구르어 등 8개 국어에 능통했다.

개인적인 재능이 있다면 그것을 널리 이롭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재능이 널리 이롭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재물이나 자리에만 탐한다면 그런 사람은 평가할 가치조차 없다. 사람이 가진 재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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