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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 죽음

서울 역주행 운전자로 세상을 이유 없이 떠난 9명의 삶

사건이 개인의 질못이던 지 급발진의 사유가 좀 있던 지간에 서울 역주행 운전자는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한다. 보험사에서 책임지는 것과 별도로 중과실에 의한 치사가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3일 경찰이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블랙박스 영상엔 차 씨 차량이 시청역 인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직후부터 사고로 차가 멈춰 설 때까지 화면과 음성이 담겼는데 운전자 부부는 호텔을 빠져나온 뒤부터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별다른 대화를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운전자는 심리상태와 전후 모든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실수든 급벌진과 연관이 된 것이 밝혀졌든 간에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경기도의 시내버스 기사로 40여 년 운전 경력을 가진 것도 사실 별다른 의미는 없다. 아주 극적인 상황에서 운전하는 것을 교육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스턴트 액션을 하기 위해 운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매일 같은 루틴으로 운전하면 그 경력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60만 km정도를 운전한 필자는 눈을 감고도 운전하고 스파이더맨의 위기감지 센스정도는 있어야할 것 아닌가. 100만을 넘겨도 그런 능력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이 사건의 본질이 만약 분노라면 어떻게 될까. 요즘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분노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트리거만 동작을 해주면 언제든지 폭발해서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항상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 그 지점의 포인트가 아니라 훨씬 더 이전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사회가 과연 그런 분노를 제어가 가능한 상태인가도 고민해봐야 한다.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기록을 확보해 자체 분석 작업을 벌여서 약간의 의구심이 드는 데이터를 확보한들 확보하지 않은들 사건의 본질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급발진 자체로 차 씨가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벗는 일도 없을 것이지만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나름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아무런 의미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건의 그날을 곱씹으면 무엇이 해결이 될까. 깊이가 하나도 없는 정보만을 가지고 똑같은 말을 조금만 방향만 틀어서 하루종일 이야기 하고 있으니 참 황망하기만 하다.


사람의 죽음은 정상적인 것도 없고 정상적이지 않은 것도 없다. 우리는 매일매일을 선택하면서 살아가고 누군가는 그 시간에 서울 시청 앞에 있었다.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은 분노로 인해 세상은 대립 중이다. 잘 알려진 방송인들도 이혼하거나 이혼과정에서 서로를 얼마나 공격하고 있는가. 상대를 악마화하는 데 있어서 골몰하고 있는 지금 한국사회가 과연 공감하는 능력이 남아있는 지도 궁금하다.


사회가 변하고 있다. 결혼한 가정을 조명하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방송을 지나 이제는 매칭 프로그램이나 썸과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제는 웬만한 사람이 감당하지 못할 고비용의 사회에 들어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은 아예 서로의 생각을 들을 생각 자체가 없다. 필요한 법은 만들어지지도 않고 소외계층의 목소리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며 최저임금이나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제 관심밖이다.


역주행사고로 많은 사람이 사망을 해서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서 한 명을 사망시킨 운전자의 이야기나 황당한 사고들이 덮이고 있다. 언론은 항상 자극을 원하고 그 속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사람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으면 있을수록 감정을 동기화한다. 언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황당하게 죽는가이다. 그렇게 죽어야 1주일은 우려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 이면에 가려진 정작 중요한 것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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