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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5. 2024

인생이 빛나는 방법

전국의 예술가들을 위한 서울 인사이트센터의 여름작품전 윤슬

대상이 어떤 사물이 되던 생명체, 사람이 되든 간에 빛이 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눈부신 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실루엣만 보는 것도 있지만 멀리서 반짝거리면서 오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빛의 화가가 빛이 비치어지는 것을 보면서 하나의 대상이 계속 변화하는 것에 감탄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멀리서부터 반짝반짝 빛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의 아름다운 잔잔함이 바로 윤슬이다. 

전국의 대도시나 소도시에도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 조성이 되어 있지만 가장 많은 예술인들이 모여서 작품활동을 하는 곳은 서울 인사동이기도 하다. 현재의 인사동 지역에는 조선 초기에 한성부 중부 관인방(寬仁坊)과 견평방(堅平坊)이 있었고(방(坊)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수도의 행정구역 명칭의 하나였는데 인사동이라는 명칭은 일제 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시에 처음 사용되었다.

인사동도 얼마 만에 온 것인가. 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예술작품을 보기 위해 오지 않아서 인사동이 얼마나 많은 전시전이 열리고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가 있는지는 몰랐다. 예술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서 많은 것이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여름에 찾아간 인사동은 예술과 문화의 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 문화와 관련된 관청이 자리한 것은 조선시대의 도화서(圖畵署)가 시작이었다. 

인사동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국가유산 수찰의 창구 역할을 하면서 골동품 상점들이 들어섰고 독립운동 33인이 모였던 태화관 자리에는 태화빌딩이 자리 잡고 있는데 1919년 3월 1일의 독립운동이 이 부근에서 일어났다. 해방 이후에 화랑, 표구점 등의 미술품 관련 상점들이 이곳으로 집중되면서 문화의 거리로 발전하였고 1988년에 인사동은 전통문화의 거리로 지정하였고 지금은 제1호 문화지구로 지정이 되어 있다. 

인사동의 중심에 인사이트센터라는 건물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갤러리로 조성이 되어 있는데 본 전시장과 충북갤러리,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부산갤러리, 경남갤러리, 제6전시장등이 자리하고 있다. 2층에 자리한 충북갤러리는 충북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갤러리로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이 되고 있었다. 여름을 여는 충북갤러리의 작품전은 조만호 씨의 윤슬, '빛, 산산이 흩뿌려지다'전이었다. 

개인적으로 윤슬과 관련한 글을 여러 번 쓴 적이 있었다. 강이나 바다를 가면 계속 변하는 물결 위에 점점이 빛나는 빛의 물결인 윤슬을 보면서 잔잔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윤슬은 자신의 삶이나 취미, 배움을 보여주는 단어라는 생각도 든다. 잔잔하지만 끊임없이 반짝거리는 것은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을 가지고 보면 그 노력이 빛이 나게 된다.  

작가는 3~4년 전에 우연하게 윤슬을 보면서 그 매력에 푹 빠져서 지금까지 윤슬과 관련된 작품을 계속 그렸다고 한다. 이곳에 걸린 작품들은 모두 유화로 그려졌다. 바다의 색도 다르고 풍경도 다르지만 그 위에 비치는 윤슬의 모습은 비슷한 면이 있다. 얇은 붓으로 하얀색을 점점이 찍어서 빛이 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윤슬은 물비늘이라고도 하는데 상하좌우를 가리지도 않고 다른 색과 섞여서 빛이 난다. 윤슬은 자신만의 색이 아니라 다른 색과 섞여서 빛나기에 훨씬 눈이 부시다. 홀로 빛이 나는 태양빛보다 균등하게 빛이 나는 윤슬은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 

작가는 여러 곳을 다니면서 윤슬이 만들어지는 풍광을 그렸다. 아침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의 윤슬은 가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한 낯에 보이는 윤슬은 에너지가 넘치는 풍경을 안겨준다. 노을이 질 때에는 하루를 마감하면서 고단함을 위로하는 것 같고 밤에 빛나는 윤슬은 스토리가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것만 같다. 

아이와 함께 한 제주도 여행 중에 우연하게 마주하게 된 윤슬은 보석과도 같은 눈부심이 있었으며 감동이 있었다고 한다. 빛이 만들어내는 그 파편들이 마치 어두운 심연에서 빛이 나듯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붓터치 하나하나에 자연과의 조화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작가의 생각이 작품 속에 보이고 있다. 

빛이 났던 순간들이 없었다고 생각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멀리서 빛이 나는 윤슬처럼 보이는 존재였을 수도 있다. 

윤슬을 보고 있으면 빛이 흩뿌려지는 것처럼 보인다. 빛이 나는 부분은 어두운 부분이 있기에 가능하며 빛이 반짝이려면 다른 색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특히 물의 색감이 빛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어떤 풍경은 노을 지는 고요한 바다 마을에 등대가 있고 멀리 노을이 지는 가운데 윤슬이 있었다. 바다내음이 코끝을 자극하고 있던 그 시간에 평온하기만 바다에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빛의 조각들이 점점이 펼쳐져 있다. 

인사이트센터의 충북갤러리를 방문해 보고 나오는 길에 인사동의 전시공간들을 둘러보았다. 다채로운 색감과 그 이야기가 있었던 시간이 흘러간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빛의 순간들 속에 자신도 윤슬처럼 반짝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한테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다른 삶과 어울려 빛이 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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