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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 커버넌트

순수함의 이면에 숨겨진 파괴적 본능

파괴적인 만남.

대표적인 것은 잉카문명과 유럽인과의 교류를 의미할 것이다.

수십 명의 유럽인이 수십만의 잉카인들을 죽음에 몰아넣었던 과거의 역사적인 실제 사실이 지구에도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전작인 프로메테우스에서 순수한 살인 본능만을 가진 에일리언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 생물이 어떻게 진화하여 살인에 최적화된 생물체로 탄생하게 되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은 이전 시리즈처럼 에이리언이 아니라 A.I. 인 월터다. 에이리언 1~4까지의 A.I. 들은 모두 캐릭터도 다르고 모습도 달랐지만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에서는 모습은 동일하다. 소프트웨어와 성능이 조금씩 진화할 뿐이다. ‘애쉬’(Ash), ‘비숍’(Bishop), ‘콜’(Call), ‘데이비드’(David)은 우주 탐사 혹은 식민지로 떠나는 데 있어 꼭 있어야 할 조력자들로 등장한다. 이번 모델인 월터를 포함해 가장 지능적이며 창조적인 캐릭터는 데이빗이다. 문제는 창조적이면서 동시에 순수하게 강함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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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개척 의무를 가지고 떠난 일행은 커버넌트호에 2000여 명의 승객들을 태우고 목적지를 향해 우주를 7년 10개월 동안 항해한다. 그러나 항해 도중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승무원들은 깨어나게 되고 마침 미지의 행성에서 온 신호를 감지하게 된다. 선장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깨어나지 못하고 캡슐에서 사망하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불안감은 가중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선장 대행을 맡은 그는 미지의 행성을 탐사하기로 결정한다. 부선장인 다니엘스는 적극적으로 반대했지만 결국 이들 일행은 그 행성에 착륙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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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엘리자베스 쇼와 함께 프로메테우스 호를 타고 10년 전 이 행성으로 날아온 후 자신이 신이라도 된 양 생물의 창조를 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결함을 가졌기에 끊임없이 생존을 걱정하는 인간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순수함을 가졌기에 파괴적이며 가치 없는 존재에 대한 일말의 자애심이나 망설임 없이 제거하는 냉정함을 가진 데이비드는 인간을 동물 이상의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을 창조하였지만 불완전한 데다 한심하기까지 한 인간은 존재가치가 없다. 영화 속의 데이비드를 보면서 감성이 없는 A.I. 가 어떻게 인류에게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상상해볼 수 있었다.


데이비드는 인류를 창조한 엔지니어의 행성을 생물학적인 폭탄을 통해 전멸을 시킬 때 '오지만 디아스'의 시의 한 구절을 읊는다.


"My name is Ozymandias, king of kings:
"내 이름은 오지만 디아스, 왕 중의 왕이다.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
내 업적을 보거라, 강대하다는 자들아, 그리고 절망하라!"


영화 속에서 데이비드와 월터의 대화에서 언급되었듯이 바이런의 시로 알려진 오지만 디아스는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셸리가 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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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상당히 함축적인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어서 전작들의 위협적이고 심장이 쫄깃한 에이리언 시리즈와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존재이지만 에이리언이 탄생하는 과정과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용납은 되지 않는 데이비드의 생각과 행동들은 인류가 존재해야 하는 그 이유까지 통째로 흔들 정도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에 더 가까운 에이리언인 '네오 모프'가 등장한다. 생물학적으로 진행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에일리언의 가공할 위력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DNA가 미지의 생물과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파괴적이면서 순수한 생명체가 탄생한다. 완벽한 생물체가 어떻게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극단적인 순수함을 가진 데이비드와 에이리언은 묘하게 닮아 있다.


끝장면에서 데이비드가 듣고 싶었던 리하르트 바그너의 '신들의 발할라 입성'은 영화의 성격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곡이다. 신들의 발할라 입성은 '라인의 황금'속에 삽입이 되어 있는데 4일간에 걸쳐 총 19시간이 넘는 연주를 하는 작품이다. 그중 4장 신들의 황혼에서 '신들의 발할라 입성과 무지개다리'의 음악이 찬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신들은 다리를 건너 성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라인 강에서는 황금을 잃은 처녀들의 탄식이 들려온다.


28년 동안 작곡된 바그너의 인생 역작과 1987에 개봉하여 지금까지 꾸준하게 외계 존재에 대한 존재감을 관객들 머릿속에 각인된 에이리언 시리즈와 궁합이 좋다. 사전적인 지식이 없다면 이번 작품은 조금 지루할 수 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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