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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4. 2024

데드풀과 울버린

마블사의 거의 모든 캐릭터가 등장하는 백과사전 같은 19금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 이후에 마블사의 영화들은 머나먼 나라의 지하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로키에 나오는 ‘시간 변동 관리국’(TVA‧시간과 우주를 관할하는 기관)과 보이드(TVA 추방지)는 드라마 시리즈를 보지 않고는 이해하지 못할 세상에 마블 사는 계속해서 영화를 내놓았다. 그리고 많은 관객들에게 어벤저스 시리즈 같은 기대도 못 받고 내놓는 영화마다 혹평을 주로 받아왔다. 대체 어벤저스 세계관은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상냥하지 않은 설명과 이해하기 힘든 자신만의 인생관을 떠들면서 히어로가 되길 바랐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게 마블을 인수한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주가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하향 안정화되어가고 있었다. 


2019년 월트디즈니는 20세기 폭스사를 인수했다. 20세기 폭스사는 엑스맨, 데드풀, 판타스틱 등에 대한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엑스맨 시리즈만 빼놓고 재미는 별로 보지 못했고 엑스맨도 예전같이 않은 인기로 불을 지피기기에도 버거운 상태였다. MCU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아이언맨이다. 아이언맨시리즈로 인해 어벤저스 시리즈가 상상을 초월할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엑스맨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울버린이다. 사실 만화 속에서 울버린은 키도 165cm 정도에 그냥 괴팍하기만 하고 매력이 없는 인물이지만 엑스맨 시리즈에서는 휴잭맨이 연기하며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살아났다. 

2017년 이후로 17년 동안 함께했던 울버린 연기에서 떠났던 휴 잭맨이 다시 돌아왔다. 1968년생 휴잭맨은 엑스맨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배우다. 서른 초에 시작해 50대 중반을 넘어가는 휴 잭맨은 건장함을 보여주며 데드풀을 왜 봐야 하는지 스스로 증명하듯이 연기를 했다. 끊임없이 조잘대던 데드풀과 마치 처음 만난 연인과의 교류를 할 때 저런 정도의 충돌이 없다면 어떻게 사귈까를 보여주듯이 과감한 액션과 함께 케미를 보여준다. 

데드풀이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 데려오고 어떻게 옛 친구들과 함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생고생을 하면서 이들을 모은 것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매우 소중한 존재처럼 그리고 있다. 특히 잃어버렸던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더욱더 각별하다. 평행우주, 시공간 이동을 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미 죽어버린 이를 되살릴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시간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너무나 상대적인 것이지만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시간이 모두에게 균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사긴은 상대적이다. 그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시간이 닫히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평행우주 속에 울버린을 찾으려는 데드풀은 온갖 울버린들을 만난다. 이제는 모두가 서로를 카피하고 웃음을 주려는 듯이 헨리카빌이 울버린 코스튬을 하고 잠시 등장하는데 많은 웃음을 준다. 깔끔해 보이는 헤어 그리고 무언가 정답만 말할 것 같은 캐릭터가 지맘대로 살아갈 것 같은 울버린의 모습으로 분장한 것이 꽤나 재미있는 설정이다. 

어벤저스에 그렇게 속하고 싶었으면서도 속하지 못했던 데드풀이 좋아하는 캐릭터는 바로 캡틴 아메리카다. 아이언맨을 제외하고 가장 무게감 있으면서도 입이 무겁고 리더로서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를 만나기 위해 데드풀은 그렇게 노력을 하는데  보이드(TVA 추방지)에서 얼굴은 캡틴 아메리카를 닮은 그를 만나게 된다. 크리스 에반스라는 배우가 캡틴 아메리카라는 배역을 맡기 전까지 대부분 가벼운 역할이었다.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지 못하다가 드디어 비중 있는 배우로 거듭이 날 수 있었다. 

매드맥스와 매우 유사한 설정으로 보이드라는 세상을 그렸는데 그 공간에서 위험에 처한 것을 알자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판타스틱 4의 조니로 바뀐다. 즉 그 세상 속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자니스톰이었던 것이다. 쟈니 스톰 역시 입을 쉬지 않고 떠드는 캐릭터다. 그 입 때문에 자신의 명대로 살지 못하는데 그 과정 속에 데드풀이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판타스틱 4 조니의 힘을 맡은 것은 파이로였다. 2003년만 해도 풋풋했던 느낌의 파이로 역을 맡았던 1976년생 아론 스탠퍼드도 다시 등장했다.  이제는 지긋한 중년의 나이가 되어 예전모습은 살펴볼 수가 없지만 오래간만에 보니 반갑다. 파이로 역은 왼쪽부터 세 번째로 휴잭맨의 왼쪽에 있는 인물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을 보면 둘이 남자지만 마치 연인을 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그렇게 갈구하는 것 같으면서도 붙기만 하면 죽일 것 같이 싸우다가 제대로 지치고 나서야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 매우 이상한 관계지만 그래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우선 데드풀은 영화초반 울버린을 찾아가  울버린의 무덤을 ‘파묘’하고도 모자라, 그의 아만타디움 뼈를 하나하나 떼어 적의 머리와 중요부위 등을 난자하며 거리낌 없이 잔혹함을 드러내는 액션은 관객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재생능력을 갖춘 데드풀과 울버린이 맞붙는 장면은 마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엑스맨의 처음 시작을 연상이라도 하듯이 엑스맨 1에서 등장했던 배우와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다시 등장한다. 그중에 세이버투스는 울버린의 대적관계로 있던 캐릭터로 잘린 그의 머리를 통해 매드맥스 퓨리오사에 대한 농담이 나온다. 데어데빌, 판타스틱 4, 스타트렉 시리즈등 대중문화를 바탕으로 한 대사들이 난무하는데 알면 알수록 재미가 있어진다. 대사에서 데드풀의 주연을 맡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아내가 블레이크 라이블리라는 것도 언급한다. 

나이스 풀이라고 부르며 얼굴을 그대로 등장시킨 라이언 레이놀즈를 통해 재수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기 비하를 통해 관객을 웃기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고 보니 라이언레이놀즈와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행복하게 참 오래 살아가고 있다. 

MCU에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과거 캐릭터들의 소환이다. 블레이드가 데드풀에 등장한 것은 조금 재미있는 설정이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블레이드의 웨슬리 스나입스는 블레이드 3에서 같이 연기를 한 적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함께했다는 설정을 재치 있게 넣어두었다. 

엘렉트라가 다시 등장하게 될지는 몰랐는데 나이가 이제는 이런 연기를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제니퍼 가너가 아직도 죽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등장한다.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고 딸이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하여 반감을 가지는 정신분석학 용어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7년에 휴잭맨의 울버린이 장엄하게 그 서막을 내릴 때 등장했던 아역배우가 X23이 어엿한 소녀가 되어 데드풀에 등장했다. 로라라는 이름의 이 캐릭터는 울버린을 너무나 닮아 있었던 그런 아이로 그려졌다. 자신과 너무 닮았기에 그 오랜 삶에 대한 마침표를 찍었던 울버린이었다. 

 '데드풀과 울버린'으로 다시 쓰는 MCU의 자기 비하적 반성문처럼 그려졌다. 내가 구세주구나. 내가 마블의 예수님이었어(I am the Messiah. I am Marvel Jesus)라고 말하면서 기존의 방식과 생각을 깨버릴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데드풀이 엔싱크의 '바이 바이 바이'에 맞춰 TVA 요원들을 도륙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데드풀이 20세기 폭스와 작별하고 MCU에 합류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데드풀과 울버린에서 최대의 악역이자 미워하기에는 매력 있는 캐릭터는 카산드라 노바다. 만화 속에서는 정신만 존재하며 육체는 없었던 기생생명체 몸므드라이였는데 자신이 직접 육체를 만들어내는 종족인데 찰스 자비에의 DNA를 복제하여 쌍둥이로서 찰스 자비에와 같이 한 자궁에서 자라게 된다. 그녀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해야 하나. 영화 속에서는 그녀로 그려졌으니 여자로 본다면 그녀는 악이 될 수도 선이 될 수도 있는 캐릭터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던가 생명에 대한 관념을 배워가는 존재처럼 보인다.  

MCU세상에서 그녀에게 가장 강한 도구 중 하나는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가지고 있었던 슬링거 링이다. 어디로든지 보낼 수 있는 차원의 창을 여는 도구이기도 하다. 데드풀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이미 죽이고 슬링거만 빼앗은 것으로 표현된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데드풀이 MCU를 어떻게 재창조해야 할지에 대해 정말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 영화에서 등장했던 영화와 카메오들, 그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를 필자는 모두 보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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