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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0. 2024

기억의 밤

모든 기억은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만 남는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해 주기를 바랄까. 자신을 스스로를 어떻게 기억하기를 원할까. 사람의 뇌는 스스로를 속이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우리는 수많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포토라인에 서서 한 당당하고 때론 뻔뻔한 말에 분노하지만 그 사람의 뇌는 이미 그렇게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정의니 범죄사실을 아무리 이야기해 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어떤 존재들보다 자신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자신이 한 짓이 극히 이기적이고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칼끝은 다른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한다. 


IMF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시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을 하고 있다. 그 당시에 아르바이트를 비롯하여 중소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각종 생활정보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유니텔, 하이텔, 천리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화선을 이용해 ISDN네트워크등으로 접속하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즉 전화선은 음성통신 아니면 데이터통신을 번갈아 할 수밖에 없어서 접속하면 무조건 전화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막 인터넷에 대한 기술이 쏟아지면서 변화가 일어날 때 1997년 큰 변화가 있었다. 이 변화는 절대 불가역적인 한국만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헛소리를 떠드는 기업인부터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에 뛰어들어 죽을 쑤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걸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혼란한 시기에 일어난 살인사건이 기억의 밤이라는 영화의 모티브다. IMF때 큰 사고로 인해 부모를 모두 잃고 형마저 큰 수술을 하지 않으면 형을 살릴 수가 없는 진석은 받아들이지 않아야 할 의뢰를 받게 된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부터 빛을 감당하기 위해 부인을 살해해 달라는 조건으로 수술비를 주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누군가를 살해할 의지가 없었던 진석은 우연하게 사건에 휘말리며 여자와 큰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가 기억상실에 걸리게 된다.  

그렇게 부모와 누나를 잃은 집에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 아들은 그 원수를 찾아 평생을 원망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분명히 그날 살해를 한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를 발견했지만 그 사람은 자신이 한 짓을 기억하지 못한다. 유명한 최면술사와 이미 알고 있었던 여자와 짜고 그날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 집과 비슷한 분위기의 집으로 이사 갔지만 그 기억을 살리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큰 사고로 인해 그날의 기억을 되살린 진석은 유석에게 자신의 잘못을 말한다.  

사람들의 기억은 사실 정확한 것은 거의 없다. 아주 명확하게 남겨진 것 외에 그것을 짜 맞추는 것도 그것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도 모두 제멋대로다. 불행한 기억과 나쁜 기억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다. 행복했다는 기억이나 가족끼리의 교감도 역시 그냥 파편화된 것뿐이다. 만약 우리가 모든 것을 영상으로 사진, 자료로 기록을 한다면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사람은 본능적인 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욕망하다 보니 계속 실수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많은 것을 잊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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