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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31. 2024

시원하고 신비한 사찰

안개와 함께 사라지는 제천 금수산 자락의 무(霧)암사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에 갈 때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어떤 때는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현재에 대한 묘한 순간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제천이라는 도시는 시원하고 장쾌한 계곡부터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수정 같은 맑은 계곡도 품고 있는 곳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가 않은 제천의 금수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유독 다양한 이름의 바위들로 가능 이정표가 눈에 뜨인다. 

제천의 금수산이라는 산은 빽빽한 산림이 특징인 곳으로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산속에 위치한 작은 사찰이지만 시원한 계곡과 저 멀리 뻗은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올라가는 길 내내 흐르는 계곡 소리가 들려오고 심신이 안락해지는 느낌을 받게 해 준다. 

무암사의 산사로 들어가는 입구는 좁으면서도 사찰의 느낌을 물씬 나게 만들어준다. 무암사가 자리한  금수산은 북쪽으로는 제천 시내까지, 남쪽으로는 단양군 적성면 말목산(720m)까지 뻗쳐 있다. 

신라시대에 지어졌다고 알려진 제천 무암사는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고 법당인 극락보전에서 명문 기와가 발견되어 영조 16년(1740)에 중수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절 이름은 절에서 계곡 건너로 마주 보이는 암릉에 있는 무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절벽에 안개가 끼면 나타났다가 안개가 사라짐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어서 안개 무(霧) 자를 쓰는 사찰의 위에 올라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산세와 울창한 산림이 겹겹이 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지만 아담한 절 내부에는 부도가 2개 있는데 한 개가 소(牛)의 부도로 죽은 소에서 나온 사리를 보관하고 있으며 사방이 산이고 전체가 바위다. 

어디서에서 흘러내려온 물인지 혹은 아래에서 솟아 나오는 물인지도 모르는 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시원스럽게 스쳐 지나가며 더위를 씻어준다. 

무암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묘한 느낌의 바위가 있고 그 안쪽에는 불상이 놓여 있다. 바위의 안쪽에는 마치 누군가의 손처럼 보이는 바위가 보인다. 신기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에 짐작으로 추정하게 된다. 자연을 만나는 이유는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며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잘 아는 정서예측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씨 속에 잠시 더위를 식혀보면서 여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제천 자드락길도 좋고 산 사이로 때로 드리워진 안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제천의 위쪽에 올라가 보면 바다 위 작은 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금수산자락의 무암사를 만나보고 내려오는 길의 곳곳의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물길도 바라본다. 세종의 후궁이었던 혜빈 양 씨는 단종이 왕위에 있었을 때 수양대군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제천의 청풍에 유배가 되었다. 혜빈 양씨를 살려달라는 조건을 내걸며 단종은 왕위를 선양하겠다고 했지만 유배된 곳에서 혜빈 양 씨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풍경 소리를 듣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좋은 금수산은 역사 속의 이야기도 내려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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