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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 환상곡

당진 아미미술관에서 만난 방랑자 환상곡(wanderer fantasy)

요즘 시간에 대해 남다르게 느끼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다른 시간이 적용이 된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생각이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떤 사람을 빠르게 늙어가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길을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으며 과거를 돌리기 위해 현재의 시간조차 쓸모없이 소모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 당진 아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4년 아미의 작가들 방랑자 환상곡(wanderer fantasy)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독주를 위해 작곡한 환상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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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어떤 것들은 현실적이지 않다. 판타지 영화에서처럼 현실적이지 않지만 현실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 역시 판타지를 다룬 영화다. 종종 현실 세계와의 대비를 통해 ‘과연 우리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며 환영(幻影, illusion)과 대비하여 ’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을 의미하지만 지금은 무척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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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자신조차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 작곡을 했다. 방랑자 환상곡은 자신조차 제대로 연주를 하지 못해서 “악마가 연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작가들이 환상과 환영에 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타인과 모호한 경계를 이루는 ‘나’라는 실체에 의문을 던지며, 나를 스쳐가는 타인조차 부유하는 존재임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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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렇게 지나가는 시간에도 누군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같은 공간이 아닐 뿐 누군가는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면서 살아가고 있다. 슈베르트는 비참한 현실을 견디며 이상적 세계를 향해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를 통해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긍정을 음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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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그랬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방랑자의 삶을 살고 있다. 어바웃 타임에서처럼 시간을 두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삶에 대한 꿈을 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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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활동을 하게 되면 새로운 세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부조리주의란 인간 존재를 부조리의 산물로 보는 데서 출발했다. 슈베르트의 방랑자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어바웃 타인의 시간여행을 하는 남자는 항상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자신만이 그런 시간을 온전하게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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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는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절망의 철학자로 불리기도 했지만 최초의 인간을 다시 쓰다가 이듬해인 1960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는데 이때의 나이가 46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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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떠나서 모든 것은 변하게 된다. 우리는 그 시간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방랑하고 이방인처럼 취급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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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을 쓸 것이냐 혹은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이냐에 따라 사람의 선택은 달라진다. 카뮈는 글에 자부심이 있는 작가라면 아무 데나 글을 써선 안된다고 말했지만 소설 속 부조리한 개인처럼 삶을 포기하며 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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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거대한 범선을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카뮈는 범선에서 부조리하고 악취가 난다고 하더라도 예술가들은 자기 몫의 노를 저어야 한다고 말했다. 알제리에서 태어난 카뮈는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났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사랑은 카뮈를 응원했고 글솜씨 또한 무르익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난해한 방랑자의 환상곡 속에 이방인이 머물며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실루엣이 저 곳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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