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도모하다.
여자는 대낮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있는 신사동에서 칼을 휘두르며 뛰어오는 남자를 피해서 도망가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앞을 막는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베고 찌르면서 마치 미친 사이코패스처럼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여자는 그동안 주짓수와 러닝으로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탄탄해 보였다. 그렇지만 칼날만 30cm에 이르는 사시미를 들고 있는 남자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게 남자에게서 벗어나려는 여자는 BSDR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정이었다. 남자는 흡사 아무 생각도 없이 마치 광기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지만 영화 속의 좀비 같은 이상한 몸의 움직임을 보이거나 마약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저 사람 미쳤나 봐. 빨리 112로 신고해."
쇼핑몰에 있던 어떤 중년의 여자가 외쳤다. 다른 사람들도 우왕좌왕하면서 스마트폰에 번호를 연신 누르는 사람도 있고 그 현장을 벗어나기 위한 사람들로 시끄러워졌다. 그렇게 칼을 휘두르던 남자는 미쳐 도망가지 못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여자아이는 마치 무언가에 걸린 거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마치 위에서 찍으려는 것처럼 칼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무언가가 날아와서 남자의 머리를 세게 가격했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마네킹에 사용되는 머리였다. 상당히 세게 던졌는지 남자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머리가 날아온 것을 바라보았다. 5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여정은 남자를 바라보며 마네킹의 오른팔을 들고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여정은 마네킹의 무게가 가벼운 손부위를 잡고 어깨부위를 여차하면 내리치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남자는 그녀에게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칼이 여정의 몸에 닿기 전에 마네킹의 팔이 남자의 턱을 강하게 가격했다. 여정은 좌측으로 휘청거리는 남자의 손을 다시 내리쳤다. 손에 쥐고 있던 칼은 아래로 떨어졌다. 칼을 떨어트린 것을 보고 가까에 있던 남자가 재빨리 칼을 발로 차서 멀리까지 보내버렸다. 그리고 다른 남자들과 함께 그 남자를 제압할 수 있었다.
"이거 놔~ 내가 뭘 했다고 그러는 거야."
"이 새끼 미친놈이네. 네가 한 짓을 몰라."
"대체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벌써 심신 미약을 주장하려고 뺑끼쓰네."
아래에 깔린 남자는 마치 자신이 그런 적이 없다는 것처럼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경찰이 도착해서 남자들에게 인계를 받고 경찰차로 끌려가게 되었다. 경찰차와 거의 동시에 도착한 119 응급차량은 자창등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싣고 부근의 병원으로 이동을 하였다. 이 모든 것을 사람들 사이에서 지켜보던 여정은 주변의 CCTV 등을 확인하고 마치 사라지듯이 사람들 뒤로 빠져나와 지하철 역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여자가 그녀의 뒤를 따라서 지하철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따라 내려갔다.
"지난밤 동해바다에서 40대 남성의 시체가 발견이 되었는데요. 부근에서 발견된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고 합니다. CCTV 동선 분석 결과 남자는 건물에서 여성을 살해하고 걸어서 해변으로 간다음에 바다로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가 사망함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지만 두 사람과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24시간 뉴스를 주로 방송하는 채널에서 여자앵커가 최근에 일어난 사건사고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최대한 감정이 절제가 되어 그냥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레트로풍의 한 술집에서 20대로 보이는 일행들이 술을 마시면서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자막으로 사건사고를 보고 있었다.
"야 동수야. 어제 그 사람 아니야?"
"맞아 맞아. 어제 뭐 각자도생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던 사람이잖아."
"좀 이상해 보이긴 했어."
"진짜 기분 이상하다. 어제 봤던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고 그 사람이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것이 정말 비현실이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분위기가 진짜 이상했어."
"저런 살인자라면 큰일 날 뻔했던 거 아냐."
"아니야 혹시 그 여자랑 사귀던 사이였는데 뭐 데이트살인 그런 거 아닐까."
"모르지 요즘에 워낙 사건사고가 많아서 한국에서 흔하디 흔해.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가 얼마 만에 같이 모여서 여행을 온 거냐. 술이나 마시쟈."
주변을 조심스럽게 돌아보면서 자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던 여정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중간쯤에서 탄 여정은 천천히 지하철의 앞쪽으로 사람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한 칸 뒤에서 탄 모자 쓴 여자는 움직이는 여정을 보면서 거리를 두면서 천천히 따라갔다. 여정은 자신의 몸이 이전 같지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 역시 자신이 의심하던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다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의 몸이 제어되지 않도록 백신과 비슷한 것을 자신의 몸에 주입을 해놓은 상태였다. 불완전하지만 백신에 대한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녀가 무언가를 눈치채고 있다는 것을 안 누군가가 자신을 컨트롤하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만이 거의 유일하게 그 기술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