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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8. 2024

천안의 동굴법당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에 방문해 본 천안 태학산 법왕사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세상은 항상 좋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꼭 진보하는 것도 아니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갈 이유가 딱히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보다 더 나아졌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그것이 착각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아졌으며 조금은 더 현명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태학산의 가을은 유난히 단풍이 곱디곱다. 솔바람이 부는 태학산 늘솔길을 따라가면 수목원 야생화 단지 외에도 곳곳에 심어놓은 허브 향이 가을바람에 불어오고 산 중턱을 오르면 예전에 식수로 사용했다는 약수터가 있다. 

태학산은 높이가 455m로 천안시의 풍세면과 광덕면 그리고 아산시 배방면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이곳에서 올린 봉화를 북으로는 아산 연암산 봉수가 받아 한양으로 올리고 남으로는 쌍령 봉수가 받아 공주로 올렸다고 알려져 있다. 

동양 최대라고 적힌 삼태리 마애석불과 태학사·법왕사 두 개의 절이 나란히 있는데 그중에 동굴법당이 자리한 법왕사 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태학산은 거리가 약 1.5㎞에서 1.9㎞ 정도인 3개의 산행코스가 있는데 가볍게 걸어서 돌아볼만하다. 법왕사는 해선암 아래쪽에 암반을 둘러 조성했다고 하며 암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대웅전과 요사체, 미륵전, 산신각 등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태학산 자락의 동굴법당이 자리한 곳으로 들어가 본다. 천연의 동굴로 되어 있는 곳에 한 사람이 들어가기에도 버거운 공간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불상을 조각했을까. 세상에는 신기한 발걸음을 한 사람들이 참 많다. 조용히 심신을 달랠 수 있는 곳이 천안에 이렇게 많다니 과연 천안이 하늘아래 가장 편안한 도시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굴법당의 안쪽으로 들어와 보니 불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모든 것에 대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아가는 것은 모든 것이 하나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주사위를 던지듯이 한 번에 결정되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안에 조성된 둘레길은 1구간 대한독립만세길(병천사거리~유관순사적지~병천순대거리) 1.37㎞, 2구간 유관순길(유관순사적지~조병옥생가) 2.17㎞, 3구간 조병옥길(조병옥생가~홍대용생가지) 2.53㎞, 4구간 홍대용길(홍대용생가지~홍대용묘) 1.98㎞, 5구간 김시민길(홍대용묘~김시민 생가지~아우내장터) 2.45㎞ , 독립기념관, 이동녕 생가지, 박문수어사묘가 각각 6~8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학산 자락의 석등이 모든 것을 밝혀주지는 못하지만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하다 보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글을 쓰는이나 그림을 그리는 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의 변화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내리던 비가 흘러내리다가 비로소 멈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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