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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3. 2024

지리산의 속살

한국의 3대 계곡 중 한 곳이라는 함양군의 지리산 칠선계곡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이 있다는 지리산에는 칠선계곡이 있다. 7개의 폭포와 33개의 소가 있는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한국의 3대 계곡으로 꼽힌다. 칠선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은 아무 때나 방문해서 올라갈 수가 없다. 5~6월과 9~10월에만 예약제로 개방되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며 별도의 예약료는 없다. 인터넷 예약 정원(1일 60명) 초과로 금방 마감된다. 

지리산 자락에 칠선계곡은 지리산에서 가장 거칠고 은밀한 아름다움을 지닌 비밀스러운 계곡으로 급경사 지대에 자리한 특성상 폭포가 여럿이고, 천왕봉, 중봉, 제석봉, 하봉에 이르는 1,800~1,900m의 높은 산봉우리들이 쏟아낸 물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지인이 가을에 가볼 만한 곳이 어디에 있느냐고 하기에 바로 생각이 들었던 곳은 함양군의 칠선계곡이었다. 매번 선비탐방로만 걷다가 이곳 칠선계곡도 궁금해졌다. 때로는 가던 길이 아니라 낯선 길을 가는 것은 이런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이정표를 보고 안쪽으로 들어와 보니 계곡의 풍광이 남다른 풍광을 선사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한국 삼대 계곡의 으뜸이라 불리는 칠선계곡답게 엄청난 양의 맑은 물이 굉음을 내며 쉼 없이 흐르는 장관壯觀을 만나게 된다.  

올해는 단풍이 이쁘게 물들었다.  가을이  점점 내려오는 계곡의 단풍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11월에도 가을 단풍의 모습은 만끽해 볼 수가 있다.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붙은 이름 ‘칠선(七仙)’이라서 그런지 아무 때나 갈 수가 없다. 

칠선계곡 탐방은 크게 두 코스로 나뉜다. 월요일 올라가기 코스는 오전 7시(탐방객은 30분 전 도착) 추성주차장에서 출발해 칠선계곡 삼층폭포를 지나 천왕봉(1915m)에 오를 수가 있다. 물이 맑고 깨끗해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는데, 곰 한 마리가 선녀 옷을 훔쳐 바위 틈새 나뭇가지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왜 남자들은 선녀들의 옷을 훔칠 생각만 하고 사는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굳이 산행을 하지 않아도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도 충분히 칠선계곡이 가진 매력을 느껴볼 수가 있다. 경쾌하고 웅장하며 맑은 물소리가 계곡에서 숲 사이로 바라보는 풍경의 그림과 어우러진다. 

다리를 건너서 안쪽으로 걸어보면 소나무숲사이로 걷기에 좋은 길이 나온다. 20년 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2008년부터는 연중 한 달 정도만 제한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후손들에게 이런 풍광을 물려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맑은 계곡물이 흘러가는 가운데 지리산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일교차 때문인지 단풍이 유난히 고운 빛깔을 내고 있었다. 계곡 곳곳에 자리한 가을꽃은 예쁜 가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칠선계곡처럼 가치가 있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까다롭게 만나볼 수가 있다.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던 지난 20년의 시간 때문인지 몰라도 이곳은 자연이 스스로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으로 비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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