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의 언양읍성과 바닷소리가 들리는 울산 슬도
올해에 바뀐 것들이 많이 있는데 국가보훈처는 국가보훈부로 승격이 되었고 문화재라는 명칭이 국가유산으로 변경이 되었다. 문화재는 재화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국가유산은 한 국가가 보유한 총체적인 모든 것을 포괄하여서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바뀌었다. 한 사회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서 현재와 그리고 나중에는 미래가 담기게 된다. 올해는 울산의 언양이라는 지역에서 처음 언양읍성 페스티벌이 열렸다.
울주 언양읍성은 과거 경주, 울산, 밀양, 양산의 교통 중심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옛 언양 고을의 읍성이다. 이곳에서는 삼일만세운동이 일어났었다. 뮤지컬 ‘언양장날-들풀의 노래’는 지난 1919년 4월 2일 언양장날에 일어난 언양 3·1 만세운동을 소재로 창작되기도 했었다.
울산만세운동 최초 희생자로 언양장터 만세운동에서 일경의 총탄에 맞아 순국하신 손입분 열사와 김길천 열사가 등장하며 언양 만세운동을 주도한 언양 천도교 교인들의 치열한 독립정신이 이어지는 곳이다.
언양은 울산에서 가장 먼저 3·1 운동이 일어난 곳으로 만세 운동을 준비하고 주도한 것은 언양 천도교 신자들이었다고 한다. 읍성이란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적, 행정적 기능을 하는 성을 의미한다. 현재는 성을 쌓았던 일부 큰 돌만 남아있고 복원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국가유산이기도 한 언양읍성의 주변에는 당시의 흔적을 알 수 있는 공간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1919년 만세운동 이후 언양청년회, 울산청년회, 병영청년회, 동면청년회 등이 창립되어 사회운동을 전개하였다.
언양과 병영은 만세운동 관련자가 출소한 1923년 이후 활동이 적극적으로 전환되었으며 청년회와 소년단체는 체육대회, 음악회, 강연회, 동화회, 가극회, 소인극회, 웅변대회 등을 통한 애국계몽운동을 하였다고 한다.
이곳에는 당시 활동했던 언양소년회의 모습과 이야기가 있다. 언양 지역은 1923년에 중남소년학우회(중남소년단)와 언양소년회, 언양불교소년(소녀) 회, 중남 신화조기단, 두서 우리 학우회가 있었다고 한다.
병영만세운동을 소재로 창작한 악극 ‘계비고개’, 남창만세운동이 배경인 ‘남창장날’에 이어 울산 3대 만세운동을 소재로 한 것이라고 한다.
언양과 가까운 중남면에는 1917년 9월경 울주, 언양지역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신화리노동야학이 있었다고 한다. 언양읍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사거리에는 삼일운동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울산 울주언양읍성에서 삼일운동과 일제강점기의 시대를 돌아보고 울산에서 가을여행으로 좋은 슬도라는 곳을 방문해 본다. 정상에 우뚝 솟은 흰 등대도 유명하지만 슬도는 ‘소리’로 더 잘 알려진 곳에는 거센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거문고 타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 ‘거문고 슬(瑟)’ 자를 쓴다.
슬도는 처음 방문해 본 곳이었는데 너무나 좋은 가을 풍광을 보여주고 있어서 즐겁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올해부터 슬도 일대 대왕암공원 해안 둘레길을 자연의 소리를 만끽하며 걷는 ‘EAST 울산 해파랑길 사운드 워킹’ 프로그램을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파도가 부딪치는 바위, 방파제, 잔디 등 원하는 자리 어디에서든 마이크를 가까이 가져가 살며시 눈을 감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KTX를 타고 이곳을 방문한다면 하루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여정이다. 차를 한잔 마시고 울산의 유명한 물회도 한 그릇 하기에 좋은 때다. 이곳에 오니 어떤 아주머니 분이 성게알을 분리하고 있었다. 어디에서 먹을 수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가을을 만끽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과거에서 이어져서 현재를 걷고 이제는 미래를 담기 위해 노력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거센 파도가 부딪쳐서 나오는 소리라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선율의 거문고 소리가 될 수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거센 파도에 맞섰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거센 파도에 부딪쳐서 내는 슬도의 소리가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