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에서 지리산 장터목으로 넘어가는 해발 370m의 지안재
어떤 가을풍경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드라이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속도로에는 많은 차량들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제대로 된 가을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국도로 떠나봐야 알 수가 있다. 가는 길목마다 다른 풍광을 볼 수도 있고 생각 외의 공간에서 가을 드라이브 명당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경남 함양에서 지리산 장터목으로 넘어가는 해발 370m 고갯길에는 함양 최고의 가을 명물인 지안재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게 뱀똬리 코스다.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로 2004년에 개통했는데 하늘을 하늘이요. 감은 무르익었으며 그렇게 도로에서 꼬불꼬불한 길을 가다 보면 오도재에 도달하게 된다. 필자가 추천하는 길이라면 어떤 가이드의 길보다도 가볼 만하다. 그냥 고갯길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어떤 감성을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좋은 국도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주차공간도 갖추어두고 있으며 길가에는 길거리 커피를 파는 차량도 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인증숏을 찍는 사람들도 적지가 않다.
계곡을 따라 조성된 트레킹 코스에서 선비들의 숨결을 느낄 수도 있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전경에 취해보며 가다 보면 엄마의 품 같은 지리산 자락에서 푸근한 산채 정식까지 맛볼 수 있는 음식점도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은 처음 가보았던 것이 언제였을까. 대학교 다닐 때 학과에서 이곳으로 MT를 갔을 때 처음 방문해 보았다. 그때는 지리산이 좋은지도 몰랐지만 내일은 사랑이라는 드라마에서 배경지로 나온 적이 있어서 대학생의 낭만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은 있었다.
함양 쪽에서는 천왕봉 쪽 지리산 제일문 가는 갈지(之) 혹은 몸기(己) 모양의 지안재(오도재)를 빼놓을 수 없다. 오도재 아래 구불구불한 구간을 지안재로 따로 구분해 부른다. 옛날 내륙 사람들이 남해 주민들과 물물교환을 하려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야 했는데, 이때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고개가 바로 이곳이었다.
지안재는 제한치(蹄閑峙)에서 유래된 지명인데, 가파른 고갯길에 ‘말발굽도 쉬어간다’는 뜻이다. 즉 이곳의 주변에서 쉬어가면서 내일을 기다렸던 모양이다.
전국의 수많은 고불고불한 길을 올라갔는데 이런 길을 어디선가 봤다면 전국에 여러 곳이 있으니 기억을 곱씹어보면 된다.
함양은 직선거리로만 본다면 하동하고 가깝지만 국도로 가면 생각보다 먼 길이다. 이곳으로 온 것은 함양의 색다른 가을을 한 번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요즘 사람들은 기억을 할지 모르겠지만 약간은 야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변강쇠와 옹녀가 단골소재로 등장했던 적이 있다. 그 변강쇠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곳 함양 오도재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변강쇠전은 무분별한 성문화를 응징하고 경종을 울리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가루지기(변강쇠) 타령에 함양군의 마을이 등장하게 된다.
그 변강쇠가 함양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안재를 지나서 오도재로 가는 길목에 변강쇠와 웅녀에 대한 이야기와 있으며 그들의 묘가 이곳에 있다는 이정표를 볼 수가 있다.
서로 너무 성욕이 강해서 맞는 사람을 찾지 못하다가 변강쇠와 옹녀는 서로를 만나 운우지정을 나누었지만 변강쇠는 술과 노름으로 가정이 파탄이 날 지경에 이르자 옹녀가 반강제적으로 이곳으로 와서 살았다고 하는데 이곳에 와서도 쉽게 살려던 변강쇠는 주변에 있는 장승들을 땔감으로 사용하면서 결국 벌을 받아 죽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시사하는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