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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0. 2024

청량을 읊다.  

올해가 가기 전에 2024 청량산 박물관 특별기획전

풍요롭다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풍요롭다는 것은 자신이 충분히 충분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떤 것에서 풍요를 누릴지는 개개인마다 다르다. 봉화군의 청량산은 예로부터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선비와 시인, 묵객들이 방문하던 곳으로 불교문화와 유산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를 잡은 곳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선비문화의 하나인 유산은 산을 오른다는 행위적인 측면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등산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청량산 박물관에서는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이 시기에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는데 청량산의 아름다움과 이를 다양한 색채로 풀어낸 선조들의 유산을 담아내고자 기획된 청량을 읊다전이 열리고 있어 방문해 보았다.  

청량산 박물관은 언제 방문해 보아도 기분이 좋은 곳이다. 전시는 산을 오르는 과정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과 오르는 것, 감상하고 내려오는 것으로 나누어 진행이 되었다. 자연경관과 인문경관이 조하롭게 어우러진 청량산에서 옛 흥취와 감흥을 느껴볼 수가 있다. 

퇴계 이황이라는 사람은 현대에 존재하는 어떤 한국인물보다 더 유명했던 사람이다. 그의 시중에 '독서는 유산과 같다'라는 시가 전시전의 초입에서 필자를 맞이한다. 


남들이 독서가 유산과 같다고 말했으나

지금 보니 유산이 독서와 비슷하네

공력을 다할 때는 원래 아래부터 시작해야 하고

얕건 깊건 얻은 곳은 모두 자기에게 달려 있네

앉아서 구름 변화 보며 묘리를 알 수 있고

걸어서 근원에 이르러 비로소 시초를 깨닫네

공들에게 높은 정상에 오르라고 권하고서

노쇠하여 그만두니 나는 매우 부끄럽네

청량산에는 셀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유산이 남아 있다. 백운암지, 만월암지, 원효암지, 몽상암지, 문수암지, 하대승암지, 상대승암지, 청량정사, 어풍대, 요초대, 치원대, 풍혈대, 경일암지, 극일암지, 안중암지, 자비암지, 의상암지, 청량사등 이름이 앞에 붙은 사람들의 글이 지금도 남아 있다. 

힘겹게 오른다는 것은 때론 즐거운 일이다. 지금도 힘겹게 오르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올라갈 곳이 남아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무언가를 했다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하면서 고민해야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그런 상태에 놓여 있다. 그윽한 곳을 찾아서 깊은 골짜기를 넘어가보니 청량산은 마치 고상한 사람이 서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문인들은 청량산의 수려한 자연을 유교적 덕목에 비유하며 여러 시를 남겼다. 마음의 고향이라는 곳을 찾아서 머물렀을 사람들에게 치유의 공간이지 않았을까. 

청량산을 올라가고 내려가며 바라보고 감상했던 사람들의 시가 이곳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제 청량산의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폭포는 들려봐야 할 듯하다. 

퇴계 이황 등 조선시대 문인들이 청량산을 유람하고 그 감흥을 노래한 유산시(遊山詩) 진면목을 대내외에 알리고, 창작 배경이 되는 청량산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전시전을 보았다면 가을의 청량산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단풍이 절정에 이를 때 올라갈만한 산도 많이 있지만 청량산은 예던길이라는 아름다운 트래킹코스가 있으며 유난히 파란 하늘과 반짝이는 단풍의 빛깔 아래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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