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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靑松) 1박 2일

청송의 사과가 익어가는 이맘때 가보기에 좋은 청송 초전댁

사과가 맛있기로 유명한 경북 지역을 꼽으라면 봉화, 문경, 청송이다. 세 곳의 사과는 각기 특색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기온차도 심하지만 세 곳 모두 공기가 좋고 사과가 익어가기에 좋은 기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청송 심 씨(沈氏)의 본향(本鄕)인 청송은 선비의 고장인 안동과 대게로 유명한 영덕의 중간에 있다. 시간과 계절이 머물다 가기에 좋은 곳이 청송으로 고택에서 묵어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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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사과를 보면서 여행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11월 초에 열린 제18회 청송사과축제에서는 '청송사과, 끝없는 비상'이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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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고택도 좋아하는데 도심에서 접하기 어려운 마당 공간과 고즈넉한 한옥 구조물, 아늑한 조명으로 여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식으로 들어선 화장실과 주방 공간등은 편의를 더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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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불빛이 보이는 이곳은 초전댁이 자리한 곳으로 마을에는 널찍한 논과 밭 뒤로 단아한 한옥들이 들어선 것을 볼 수가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세상의 소음이 모두 사라진 것처럼 고요하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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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방문해 본 적이 있는 이곳은 마을은 조선 영조 시절 만석꾼 송소 심호택이 세운 송소고택(松韶古宅)을 중심으로 여러 고택이 좌우에 자리 잡고 있다. 풍수지리로 본다면 명당에 속한다고 한다. 각각의 고택마다 마당이 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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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규모는 안채, 사랑채, 행랑채, 부속채로 둘러싸인 사각형 형태인 덕천마을 고택들은 대부분 'ㅁ'자 형태로 지어져 있다. 큰 규모의 고택은 안채나 사랑채 자체가 독립적으로 지어져 있으며 대문 안쪽에는 당시 유교 사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헛담'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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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느낌이 드는 고택의 내부는 11월에도 포근한 느낌이 든다. 12월이 되면 추워지겠지만 온돌방에서 따쓰하게 머물면 추위도 여행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부터 사람의 집에 재앙이 생기는 까닭은 사는 사람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봤기에 청송 심 씨 집안은 이곳에서 효(孝)와 제(悌)를 돈독히 하고 학문을 숭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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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쪽마다 고택이 있는데 다른 고택들과는 달리 남서쪽을 향해 지어져 있어 유심히 보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다. 소류정이 있는 곳과는 반대로 송소고택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요동재사(堯洞齋舍), 청송 초전댁(草田宅), 창실고택을 차례대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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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는 다른 불빛이 없어서 고택에서 나오는 불빛이 멀리서도 눈에 뜨인다. 굳이 숙박하지 않더라고 마을을 경험하는 것은 충분하지만, 하루 이틀 머무르면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가을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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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의 초전댁이 자리한 마을에는 곳곳 마다 형형색색의 꽃이 조화를 이루어 가을색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꽃잎이 얇아 붉은색이 잘 들고 색이 화려한 꽃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렇게 가을의 마을길을 거닐다 보면 마음까지 물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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