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만끽하는 이 시기 서산시 문화회관에서 열린 지미선 초대전
인류가 만들어지게 된 원리로 볼 때 강한 인류원리와 약한 인류원리가 있다. 약한 인류원리는 시간 그리고 공간이 무한하거나 큰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가 발달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공간과 시간에 의해서 제한된 특정 영역들에서만 만족될 것이라고 보았다. 인간과 같은 복잡한 존재이기도 한 유기체는 자연스럽게 시간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모든 사람은 시간의 흔적이 있다. 그 흔적이 남아있던지 남아있지 않던지 간에 말이다.
아직도 포근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은 11월의 주말에 서산시의 문화회관을 방문해 보았다. 서산시 문화회관에서는 11월에 다양한 공연뿐만이 아니라 전시전도 열리고 있었다.
지미성이라는 작가의 초대전이 서산시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전시전의 제목은 시간의 흔적이었다. 작품들은 자신이 시간을 들여서 그린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들도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시간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상대적인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더라도 시간을 느끼는 감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을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항상 많은 결과물을 남기게 된다. 시간을 무덤덤하게 보내는 사람은 시간이 유한한 것에 대한 감도가 낮기에 그냥 하루를 보낼 뿐이다.
지미성 작가는 특히 시간을 그리면서 노인분들에게 관심을 두었다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전통시장을 가면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화폭에 그려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어떤 액자가 자신의 그림을 잘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 노인의 모습은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노인의 빈곤율은 빅데이터로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특히 75세를 넘어갈 경우 명확하게 그 흐름이 드러나게 된다.
우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시간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몸에도 남으며 주변에도 남고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시간의 흔적이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 역시 개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림들을 보면 마치 어번스케치 같기도 하고 수채화 같은 형태이기도 하다. 우주가 확장되는 것처럼 시간 역시 무질서하게 확산이 되어가며 그대로 사라지지 않고 몸과 공간의 흔적이 되어 무한히 확장되어 간다. 그렇게 확산되어 가던 시간 속에서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왜 작가는 나이 든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많았을까. 가장 많은 시간의 흔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대기만성이라는 사자성어는 큰 그릇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빠른 것보다 어떤 그릇을 만들지를 고민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서산시 문화회관의 공간은 두 개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입구에서는 서민들 혹은 노인들의 모습을 담았고 안쪽에 자리한 공간에는 그릇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란 공간상의 특정한 지점에서 특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무엇이다. 누군가가 두 물체 중 하나를 이동시키면, 다른 하나에 미치는 힘도 동시에 일으킨다고 보기도 했었다. 모든 사람의 시간의 흔적은 그림에서 보듯이 하나의 그릇에 담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