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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산책

산책하기 좋은 12월에 방문해 본 홍주읍성의 수구와 안회당

산책이라는 것은 생각하기에 좋은 그런 시간적인 여유를 준다. 2024년도 쉼 없이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은 어떻까. 때로는 길을 잃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 곳이나 가보기도 한다. 홍성군을 자주 방문하면서 홍주읍성을 몇 번이나 가보았을까. 자주 걸어보던 공간들도 새롭게 보면 바뀌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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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이 낯선 풍경일 수도 있지만 홍주읍성의 성벽길은 학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면서 홍성에서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그리운 추억의 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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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읍성을 걷다가 문득 아래를 바라보니 오래된 흔적이 눈에 뜨였다. 홍주읍성 수구는 성 안쪽에서 성 바깥쪽으로 물을 배수시킬 목적으로 성벽을 관통하여 축조된 시설을 말한다. 홍주읍성의 수로는 월계천의 물을 끌어들여 동서로 관통시키면서 조성이 되었으며 동벽과 서벽에 각 1개씩의 수문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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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투명한 창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구조를 살펴볼 수가 있다. 15세기 중반 이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문의 규모는 660cm X 400cm이며 덮개돌은 한쪽에 11매씩 총 22매로 구성되었으며 물길의 위는 평평한 돌로 얹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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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의 시설을 잘 바라보면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등 당하는 고대의 요시엔 헬름계곡에 있는 성이 연상이 된다. 모든 성에는 이런 수문이 필요했다. 수문의 입구에는 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외부와의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문시설인 쇠창살이 설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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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읍성의 수구는 전국의 지방 읍성 중에 처음으로 확인된 수문이다. 지금까지 전국에 돌아본 결과 읍성 중에서 해자는 보았어도 수문이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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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하정 구간 홍주읍성 성벽정비공사를 추진하던 중 수구유적을 발견해 발굴조사를 실시해 2016년부터 수구유적 정비방안에 대한 실시 설계용역을 추진하는 한편 수년간의 전문가 자문 및 문화재청 협의를 거쳐 지난 8월 공사에 착수해 수구유적 보강 조치 등 정비 공사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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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도시도 과거의 도시도 물길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물길을 만드는 것은 그 나라 도시규모를 결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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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서 홍성에서 2004년 수립된 홍주읍성 기본계획은 읍성 전체의 원형 복원을 목표로 수립돼 2008년 의병공원 조성(소나무 녹지공간), 2009년 홍주성 역사공원 조성(옥사·우물 복원, 홍주정 건립), 2011년 홍주성역사관 건립, 2012년 홍화문(남문) 복원, 2013년 연지 정비 등의 사업을 완료했다. 2019년 읍성 내 탐방로 및 수구유적 정비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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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읍성을 돌아본 뒤에 홍성군청의 뒤편에 위치한 안회당에 머물러 본다. 홍성군에서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고풍스러운 건물이 안회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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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면 이열치열을 말하는데 겨울에는 이한치한의 겨울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머리 위로는 찬 공기가 맴돌고 있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여행을 시작할 때에 홍성으로 산책을 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며 그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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