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전쟁의 최후 마침표를 찍은 광양의 광양항해양공원
긴 거리를 걸어서 남해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걸었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대부분이 바닷가 산책로인 이 길을 남파랑길이라고 부르지만 다른 이름으로는 이순신의 백의종군로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보고 싶은 것이 있고 듣고 싶은 것이 있으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은 사람들은 그 길을 온전히 걸어낸다. 전쟁은 사람들이 모든 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쟁은 초반을 제외하고 그렇게 압도적으로 병력과 물자를 쏟아부을 수는 없다. 그래서 삶과 전쟁이 함께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을 거쳐서 광양에 발을 내디뎠다. 광양에 가면 광양항해양공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영화 명량의 상당 부분을 촬영하였기에 명량과 관련된 사진과 그때의 모습을 살펴볼 수가 있다. 광양항 해양공원은 지역민을 위한 항만친수시설로, 2008년 조성 이후 영화 촬영지, 휴식 공간 등 광양항의 명소로 자리매김하며 지역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특정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그 분야의 삶이 있다. 군인들 역시 그렇다. 이순신은 자신이 백의종군을 하면서 남쪽의 곳곳을 걸어 다니고 있을 때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지휘관도 아닌 자신은 어떠한 지휘도 할 수가 없었지만 전장의 변화는 알 수 있었다. 그때 원균은 삼도수군을 모두 이끌고 나가 잘못된 결단으로 거의 대부분의 수군을 거제 칠천량 앞바다에 수장을 시키고 자신의 목숨도 구하지 못했다.
영화 명량은 다른 사극영화와 달리 전통 국악 악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주제곡인 명량의 음악은 체코 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Českýnárodnísymfonický orchestr)의 연주로 완성되었다. 단순히 13척의 배로 중과부적이었던 일본군을 물리친 명량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전투에 참가한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었다. 이곳에는 명량의 촬영당시 이야기와 사진이 남아 있다.
탁 트인 곳으로 나아가야 될 것만 같은 광양시의 광양만은 이순신이 백의종군 이후에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오르면서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정신인 양무호남, 시무국가를 내세우며 왜군에 맞서 전쟁을 치르게 된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쟁기간인 12598년 9월부터 11월까지 약 2개월간의 장기전으로 최후 격전 지였던 곳이 광양만이었다.
남해에 가면 이순신과 관련된 유적이나 구조물들이 많다. 광양만에 놓여 있는 다리도 이순신대교다. 광양국가산단과 여수국가산단을 연결하는 총길이 2,260m의 현수교로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다리다. 주경깅장(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 1,545m는 이순신이 태어난 해의 숫자를 의미한다. 선박 운항 폭운 국내 최장인 1,310m로 21만 톤급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안정적으로 양방향으로 움직일 수가 있다.
광양만의 연안에는 봄·여름에 난류가 북상하여 난류성 어족이 풍부한 곳으로 내만면적은 99.75㎢이며, 해안선 길이는 229.2km에 이르며 전라남도의 핵심 공업기지로 성장해 온 곳이다. 광양항은 대형선박이 자유로이 입·출항할 수 있는 20m 수심의 천연수로와 595만㎡의 광활한 배후부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산과 섬으로 구성된 자연방파제에 둘러싸여 있어 고요한 곳이기도 하다.
역사와 휴식, 자연, 바다가 공존하고 있는 광양항의 해양공원은 시원시원한 느낌을 선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해양공원의 바로 아래만 보더라도 수심이 10미터는 그냥 넘을 정도의 깊이가 느껴진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일본으로 갈 수 있는 길목을 두고 이순신은 확고했다. 순천에 자리한 신성포에는 사면초가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순천왜성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순순히 일본으로 갈 테니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는데 명나라 장수 유정과 진린은 퇴로를 열어 준다는데, 이순신은 단호했다. 그냥 광양만에서 죽으라는 것이었다. 다시는 조선으로 건너올 병력이나 여력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이순신의 의지였다.
광양만도 둘러보고 역사적인 흔적도 살펴보고 나니 어떤 것을 먹을지가 고민이 되었다. 광양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광양불고기다. 하동과 같은 강을 공유하는 광양이기에 섬진강재첩도 유명하고 가을이 되면 망덕포구의 가을전어를 빼놓을 수가 없다. 광양닻술불고기와 숯불장어구이도 유명하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먹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