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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4. 2017

독방

버텨낼 수 있을까? 

전쟁포로가 된다는 의미는 국가를 위해서 일했을 뿐 죄는 없어도 벌은 받는다는 것이다. 1945년에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의 최정예 조종사로 복무하다가 포로로 잡혀 보낸 3개월의 경험이 자서전의 형식으로 쓰인 이야기가 독방이다. 독방이라고는 하지만 그를 감금하고 심리적인 고문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독방에 감금된 사람으로 가장 오랜 시간 투옥 기록을 보유한 사람은 영국에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인 로버트 모즐리이다. 지금까지 무려 39년째 복역 중인 그는 대부분의 인생을 감옥에서 그것도 독방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자신과의 독백을 통한 서바이벌 생존을 그리는 느낌이다. 날짜별로 기록된 날에 겪은 일들과 누군가와 만남이 비교적 디테일하게 기록이 되어 있다. 자신을 영웅화하기 위한 내용도 아니고 종교적인 관점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독방에 갇히게 되면서 자신이 어떻게 거짓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 솔직 담백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진짜 나와 내가 만들어 낸 가공의 나 사이의 커다란 틈이 큰 걱정거리였다. 나는 결국 그것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를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나의 고립과 나 자신과의 끊이지 않는 토론을 통해서 이 걱정은 점차 처음의 무사안일 상태에서 뭔가 두려움의 끝자락으로 진전되었다. 

나는 독방에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 "   -p 104


이념에 의해서든 국가관에 의해서든 간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준다. 사실 먼 나라면서 이웃나라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이스라엘은 한국에게는 우방국인지 적국인지 모호한 국가다. 그러나 팔렌스타인들에게 있어서 이스라엘은 확실한 적국이다. 간신히 국가의 존재를 지켜가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이스라엘은 6일 전쟁을 통해 확실한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아랍 국가들이 힘을 합쳐 이스라엘을 공격하려던 찰나에 이스라엘은 20세기에 가장 놀랍다는 군사 작전을 감행했다. 전쟁이 터지고 단 하루 만에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의 공군을 이스라엘 공군이 모두 쓸어버린 것이다. 제공권을 장악한 이스라엘 군은 주변 국가의 군사력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주변 국가들과의 힘의 균형을 재설정하였고 그 구도는 지금까지 공고하다.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포로 생활이었지만 그가 받은 트라우마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읽기에 가깝다. 그런 트라우마를 겪고 나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발버둥 치는 그를 보면서 사람이 가진 신념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관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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