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n 22. 2017

갑자기 혼자가 되다

우리는 아니 나는 혼자다. 

혼자가 되는 삶은 어떨까.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 갑자기 혼자가 되다는 무인도에 갇히게 되면서 변화하는 사람의 삶을 덤덤하게 혹은 잔인하게 써내려고 가고 있다. 무인도에 갇히게 된 이들에게는 아무런 미래도 기약할 수 없을뿐더러 후회, 절망감에 사로잡혀 추위과 굶주림으로 몸부림을 친다. 


"얼마나 여러 번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던가? 얼마나 자주 말라붙은 자기 변사체를 상상해보았던가? 절벽에서 떨어져 괴이한 자세로 바닥에 늘어져 있는 모습, 갈가리 찢겨 나간 옷사이로 바닷 제비 따위가 날아들어 파먹은 듯 흉측하게 벌어져 있는 살집도 보이고 더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려나 상관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움직이기도 힘에 부친 이 몸을 일으켜 세워 낯선 곳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는 일이다. 끊임없이 계속 그 밖에 다른 것은 염두에 둘 여유도 없다." - p 178

책은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소설인지 논픽션인지 모를 정도로 현실감이 있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고 펭귄 무리를 비수처럼 돌격해 들어가서 쇠막대로 내리치고 또 내리친다. 

소설을 읽다 보면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나 소설 로빈슨 크루소처럼 어떤 형태로든 먹는 문제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때론 즐거운 삶도 영위할 수 있는 삶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게 된다. 식량에 대한 고민이 덜한 사회에서 벗어나 이들이 맛볼 수 있는 세계에서 음식은 비린내 풍기는 물고기, 그런 물고기 맛이 나는 펭귄, 역시 그런 물고기 맛이 나는 강치가 전부다. 

극한의 환경에서는 서로 간의 성격차나 생각의 차이가 더욱더 도드라지는 법이다. 루이즈와 뤼도비크는 식사에서부터 바다를 우연하게 지나가는 크루즈에 도움을 요청할 때도 서로의 생각 차이로 인해 죽이고 싶을 만큼의 증오를 드런기도 한다. 


"만약 칼이 손에 있었다면 그녀는 그 칼로 뤼도비크의 등을 주저 없이 찔렀을지도 모른다. 난데없이 마음속 가장 깊은 밑바닥에서 그에 대한 증오가 치밀어 오른다.......


30분 후쯤 크루즈 선은 잿빛 배경 속에서 아스라이 가물거리는 한 점 빛이 되어 사라져 간다. 뤼도비크는 지금 교도소에서 착실히 복역해왔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형량이 늘어난 모범수의 심정이다. 참을 수 없는 노여움, 좌절감, 불안 등이 목울대에 몽우리 지며 그의 숨길을 틀어막는다. 그동안 두 사람은 용기를 잃지 말자고 서로 다독이며 이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고자 가까스로 견뎌왔다." 

"세상은 사라졌다. 그들의 피난처는 섬 속의 섬이다. 그곳은 두 사람이 위태롭게 떠 있는 구름의 한 조각일 뿐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땅도, 사람도, 식물도, 동물도, 심지어 바다조차. 폭풍의 우레와 같은 노성이 내리치는 이곳 한복판에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그들 두 사람뿐이다. 두 사람은 결국 침대 속에 웅크리고 있기로 한다. 아이들처럼 컴컴해지는 게 두려워 촛불 하나씩 켜두고 더욱 사나운 돌풍이 몰아치자 급기야 벽까지 흔들거린다.  찰나의 우주, 금세라도 유리창들이 모조리 박살 나면서 이 돌풍에 휩쓸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아른거린다. 이토록 헐벗고 외로운 자기들을 말이다. 그러자 본능적인 공포가 그들을 덮친다." 


자연은 로빈슨 크루소의 낭만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소설을 읽어보면 느끼게 되는 듯하다. 1956년 파리에서 태어나 1991년 홀로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에 도전해서 성공했다는 이자벨 오티시 에르는 냉혹한 대자연의 민낯을 만나본 경험이 있다. 사회가 보호하는 가운데 안전하게 살아오던 미약한 인간이 대자연속으로 내던져져 겪은 악몽 같은 삶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