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모어 (混水摸魚) 물을 탁하게 한 뒤에 고기를 잡는다.
어떤 일들은 정말 빠르게 해결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급하게 처리하면 할수록 더욱이 꼬이게 된다. 흙탕물속에서 반지를 찾으려고 노력할수록 더욱더 찾기가 힘들다. 시간을 가지고 부유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도 하다. 전쟁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 하는 계책 중에 하나가 상대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회가 오는데 이른바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한다.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는 것과 동시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혼란을 야기하게 만든다.
전쟁만큼 속임수와 계략이 많이 쓰이는 분야가 있을까. 20세기에 가장 큰 전쟁을 꼽자면 2차 세계대전이다. 전쟁의 중반에 동아시아의 유럽 식민지를 빼앗아 태평양의 제국이 되고자 했다. 그렇게 제국주의자 중 한 명인 야마모토의 계획에 따라 일본의 항공모함 기동 타격대는 미국 정찰대에 포착되지 않은 채 하와이 북쪽 440km 지점에 이르렀다. 태평양 전쟁은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에 있는 해군 기지를 선전포고 없이 기습공격하면서 시작이 되었다. 일단 일본이 초반에 기선을 잡았으나 미드웨이 해전을 전환점으로 대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1941년 진주만 공습 이후 일본의 야욕이 거세지면서 최대 규모의 미국 본토 공격을 계획한다. 미군은 일본의 작전이나 공격 목표를 찾기 위해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미드웨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반격을 준비한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일본이 패망으로 가게 되는 결정적인 전투가 미드웨이 해전이다. 미드웨이에서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었고 어떤 작전은 성공적일 수 있었지만 바다에서 서로를 혼란에 빠트리면서 승기를 잡으려고 했다.
앞서 진주만 공습을 주도했던 야마모토는 미드웨이 해전을 이끈다. 미군의 태평야 함대를 유인해 쳐부수기 위해 항공모함 4척을 비롯해서 항모를 호위하는 함대와 항공기들을 동원하였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가 있었다. 초반에는 미드웨이에 설치된 탄약고, 본부등이 초토화되었지만 대공포에 의해 일본군 항공기들이 격추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함대들은 일본군이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미군의 암호해독팀은 사전에 일본군의 무선교신 내용을 해독하여 AF가 다음 공격 목표라는 것을 알아냈다. 미군 수뇌부는 AF가 어디인지 추정하다가 일본군이 태평양에서 지나갈 수 있는 지역으로 미드웨이라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함대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확실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역정보를 일본군에게 흘렸다. 내부 비밀 교신을 통해 "해수 담수화 장치가 고장 나 식수가 부족하다"라는 내용을 일본군이 획득할 수 있게 하였다.
일본군은 "AF에 식수부족, 해수 담수화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는 교신을 날렸다. 혼란스러운 정보를 던짐으로써 자신들의 위치를 발각하게 하는 계책을 세운 것이다. 니미츠 제독은 이와 함께 미군의 항공모함이 마치 남태평양에 있는 것처럼 위장하였다. 일본군은 미드웨이 지역에 항공모함이 없다고 생각하고 움직였다. 이때 미드웨이로 항공모함 3척, 중순양함 9척, 경순양함 4척, 구축함 32척, 잠수함 19척으로 당시 미군의 거의 대부분의 해군전력이 출동했다.
그렇게 일본군은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은 성공하였으나 미드웨이 초반에 미군은 성공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다. 자중지란을 일으키던 미군의 비행대들은 우연하게 일본군을 이끌던 항공모함 카가가 미군의 폭격기에 의해 공격받고 침몰하게 된다. 뒤이어 일본군의 아카기가 침몰하였고 요크타운에서 출발한 폭격기들에 의해 항공모함 소류도 침몰하였다. 일본군에는 히류라는 항공모함만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히류 역시 공격을 받고 서서히 침몰하여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되면서 야마모토와 나구모는 일본군의 후퇴를 명하였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모든 것이 조직적으로 느리지만 확실한 시스템이 구축이 되어 있다. 이런 시스템은 장점도 있지만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게 오만한 태도와 경직된 군사 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일본군은 혼란을 일으키는 미군의 계책에 의해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 보통 물고기가 잘 보이면 잡기가 용이하다고 생각하지만 물을 흐리게 만들면 물고기 역시 혼란에 빠지게 된다. 물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계속 잘 숨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물속에서 생존을 위해 밖으로 나오게 된다.
적의 내부가 혼란한 상태에 있게 되면 이를 이용해서 쉽게 목적을 이룰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혼란에 빠트리게 되면 이익을 얻을 수가 있다. 살면서 모든 것이 안정적이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안주하게 되면 오히려 기회가 사라지고 변화에 대응을 못하게 된다. 맑고 고요한 우물 속에만 있다면 우물 밖의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모를 수가 있다. 혼란이라는 것은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미드웨이 해전과 같은 전쟁에서 혼란에 빠지게 되면 패배를 하게 되지만 삶에서 혼란은 오히려 역으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시기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