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오솔길, 낙동강 예던길, 퇴계예던길로 불리는 아름다운 겨울풍경
전 세계 모든 문명이 강을 중심으로 발달했듯이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모든 고대국가 역시 강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가까운 시기에는 북한과의 전투에서 교두보 역할의 방어선이었던 낙동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강으로 총 유역면적만 영남 지역의 3/4에 해당한다. 낙동강 유역에는 역사시대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유적이 곳곳에 산재하였는데 그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낙동강길을 따라 걸었다. 봉화와 안동을 이어주는 강길도 낙동강이다.
가락의 동쪽이라는 이름의 낙동강에서 가락(駕洛)이라는 표현은 낙동강변에 있었던 12 부족의 연맹체를 통합하여 세운 여섯 나라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했었다. 반년만에 낙동간천변의 추억으로 걷는 예던길 그리고 선유교를 방문해 보았다.
낙동강에는 사람이나 다른 생명체나 연결된 매듭이 있어서 계절의 변화나 무심한 바람에도 조금씩 다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올해 1월에는 겨울의 얼음이 곳곳에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봉화의 겨울골은 꾸밈이 없어서 아름다운데 계절의 전령이 알려준 겨울의 통로인 예던길이다. 너무나 익숙하고 놓쳐서 겨울의 아름다운 풍경조차 잊고 사는 요즘 잠시나마 숨 가쁜 일상을 잊게 만들어준다.
퇴계 이황이 자주 오가던 길이었던 이곳에 자리한 산은 말리산으로 높이 792미터의 산으로 청량산과 문명산을 마주하고 있으며 화전민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최근에 볼거리가 더 생겨나고 있는데 근처에 카페등도 생겼다고 한다.
여름에 왔을 때는 강물이 청아한 청록색이었는데 지금은 얼음이 그 위를 덮었다. 산과 계곡의 모습이 물의 표면을 감각하게 만들고 빛을 받고 자란 나무가 흔들리듯이 보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빠르기만 하다.
다리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낙동강의 물소리를 들어본다. 선유교에서 아래로 접근하는 길이 없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이곳은 낙동강을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고 자연과 사람이 지나다니던 길이 어우러진 국도 35호선을 따라 이어진다.
반년만에 이렇게 풍경이 바뀌었을까. 녹색으로 가득 차 있던 곳이 갈색으로 모두 채워져 있다. 예전길 선유교로 넘어가서 아래쪽에 만들어진 길로 내려가본다.
여행의 경험을 얼마나 쌓으면 변화하는 자연을 담을 수가 있을까. 한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기회와 공간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자동차의 속도만큼 움직일 수가 있다. 그것도 체력이 뒷받침해준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봉화군 예던길은 안동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고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얼음과 물이 한데 어우러져 내려가는 낙동강 물길만큼 자연스럽게 걷고 싶다.
170년 전에도 사람들이 복잡한 사고를 거부하고 정신적으로 퇴보하고 있다고 해서 생태주의자였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서 월든에서는 '뇌 썩음(Brain rot)'으로 표현했다. 이 단어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세상의 상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걷기를 통해 작지만 큰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