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천안 천흥저수지
웃음꽃을 활짝 피워서 주변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가 걸어가고 때론 그것에 즐거워하고 울 일보다 웃을 일이 많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들을 보면 행복해진다. 웃음꽃이 보여주는 날에는 겨울이라고 하더라도 나비도 날아온다.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어딘가에서 피어날지도 모르는 금계국이 피어나는 곳이 천흥저수지라는 곳이다. 천흥저수지(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132-2)에서 느껴지는 겨울의 온도는 몇 도일까.
아직 2월은 추울 때라서 천흥저수지위로는 제각기 다른 모양의 결정으로 모여서 얼음이 얼어 있었다. 유적지 따라 역사 속을 걷기에 좋은 때이기도 하다.
아래쪽의 천흥사지가 있던 곳에서 위쪽으로 올라오면 마을길이 끝나는 시점에서 천흥저수지의 뚝방길이 나온다. 물소리고 들리는 저수지의 뚝방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여름이 되면 아름다운 노란 금계국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살다 보면 익숙한 곳도 있고 낯선 곳도 있다. 이제 낯선 곳도 자주 방문해서 마치 이곳에서 오래 살았던 것처럼 걸어보고 스쳐가는 사람들과 데리고 다니는 반려동물들을 바라보곤 한다.
시원스레 펼쳐져 있는 천흥저수지의 풍광에서 평온한 상태를 느껴본다.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며 묵묵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은 매일매일을 무언가를 이루겠다고 외치지는 않는다. 스치는 바람의 이름을 전부 알 수가 없고 사람도 그렇다. 다 알 수도 없고 다 제어할 수도 없다.
천안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갔다가 다시 데크길을 걸어서 얼음이 얼어 있는 곳의 위로 걸어서 가본다. 2월의 바람은 그렇게 차갑지는 않았다. 걷기에 좋은 시간이다. 천흥저수지가 금계곡으로 아름다워지는 곳이라는 것은 이번에 알 수 있었다.
매년 보는 노란 금계국이지만 매년 달라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금계국이 아름답게 피어날 때 천흥저수지에 대한 글을 써야 할 듯하다. 천흥저수지를 걷기 위해서는 입구에 자리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천흥계곡 주위의 간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잘 갖추어진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조금 더 마음이 편안할 듯하다.
천흥저수지의 위에 빙판에서 스케이트를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래를 보니 얇게 얼어 있어서 바로 빠질 것 같다. 이제 겨울의 끝도 보이는 듯하다.
봄, 가을에는 들꽃과 단풍으로 물들고 여름과 겨울에는 울창한 숲과 환상적인 눈(雪) 경치가 펼쳐지는 천흥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산은 성거산이다.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과 입장면·북면으로 이어지는 성거산(해발 579m)은 광덕산에 이어 천안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천안의 성거산은 신령한 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000년도 훨씬 이전에 고려 태조 왕건은 후백제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천안 일대를 여러 번 왔었다. 직산 수혈리 일대를 지나면서 천흥저수지 쪽을 산을 바라보며 산 정상을 오색구름이 감싸고 있는 것을 보니 성인이 사는 산이라고 말했다.
이날의 여정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풍경에서 피어난 말들은 어떤 말들일까. 자연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그 너머를 선물해준다. 자연이라는 단어는 그냥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래 그러하니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