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에 이르면서 봄의 향기가 코앞에 이른 불모산 성주사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는 평밤, 이것뿐이오." 이 말은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없이 태어났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지게 된 것으로 인해 많이 신경을 쓰고 살아간다. 즉 무언가에 얽매이고 없었던 그것이 다시 없어질 까봐 얽어매이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찰을 방문하면 소유와 무소유에 대한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미래를 위해서 준비하고 살아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적당히라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하지는 못한다. 이제 봄이 오기 시작하는 창원특례시의 불모산에는 곰 사찰이라고 부르는 성주사가 자리하고 있다. 보령에도 옛 성주사가 있었던 성주사지를 자주 방문해 보았는데 분위기는 다르다.
해가 떨어졌지만 아직은 완전히 해가 넘어가지 않아서 조명으로 인해 그렇게 어둡지 않은 시간에 불모산 성주사를 걸어볼 수가 있었다. 성주사 황토곰숲길은 성주사 입구에서 시작하는 원점회귀형 숲길(2.4㎞)의 일부로, 황토를 포장해 만든 900m 길이의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구간으로 조성이 되어 있다.
성주산에 대한 이야기도 접해보고 고즈넉한 풍경과 아직 봄기운이 완전히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지난번에 왔을 때의 설경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울창한 숲길 정취는 아니더라도 절을 짓기 위해 쌓아둔 목재를 곰이 옮겼다는 전설만큼은 믿어보려고 한다. 스님은 아니더라도 종교가 지향해야 할 것과 최소한의 것을 소유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종교에 맑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변하게 된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의미도 알고 있다 인간의 역사는 소유의 역사이기도 하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까지 소유하려다가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 감사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불모산 성주사의 숲 기운을 만끽해 본다.
보령시 성주면에 자리한 성주사와 창원 불모산 자락에 자리한 성주사의 공통점에는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무염이 창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설화의 진실여부를 가리지 않고 생각한다면 무염이라는 승려는 정말 바쁘게 전국을 오갔던 사람이다. 이곳에는 보물로 지정된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과 감로왕도를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있으며, 제작 연대가 명확하여 조선 후기 불교미술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불모산 성주사에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영산전, 삼성각, 지장전, 설법전, 종각 등이 있다. 주요 문화재로는 1655년 조성된 창원 성주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과 1729년에 제작된 창원 성주사 감로왕도(昌原 聖住寺 甘露王圖)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성주사의 안쪽에는 새로 지은 법당도 보인다. 석등과 조형물들이 이곳을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해 질 무렵 아름다운 풍광에 '노을 전망대'로 불리는 창원 불모산(해발 801.7m) 정상 아래에 나무다리(데크)가 생겨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봄 향기를 맡으면서 길도 걸어보고 노을도 보는 길까지 연결해서 여행하면 봄꽃 몇 송이쯤은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신라에 불교가 전래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구미에 있다. 구미에는 신라불교초전지가 조성이 되어 있는데 이 불모산 성주사에는 그보다 앞서 금관가야의 시조라는 김수로왕의 왕자들 중 7명이 출가하여 불모산에서 수행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지만 시기로 볼 때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인도와도 연관이 되어 있어 왕비 허황옥으로 인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질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경내를 거닐면서 이곳에 전해졌다는 성주사 감로왕도도 생각해 본다. 감로왕도는 영혼의 극락왕생을 위한 신앙 내용을 도상화한 그림으로 그림의 형식은 상단에 7 여래가 인로왕보살·관음보살·지장보살을 대동하고 극락에 태어날 중생들을 맞이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창원 성주사 감로왕도의 극락보전 아래에는 왕비 등 귀부인 무리가 있고, 그 아래 왕 등 귀족의 무리가 있으며, 이 아래 사대부들이 묘사되어 있다. 앞서 말했듯이 간디는 자신이 가진 것을 너무나 명확하게 표현했었다. 더할 것도 없었고 덜할 것도 없었다. 소유함으로써 고통을 겪게 되는 아이러니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만족해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아직은 춥지만 봄이 무르익을 때 불모산 청정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 소리를 들으면서 산림의 피톤치드 향도 맡고 황토곰숲길을 걸어본 후에 마무리로 세족장에서 붉게 물든 발바닥을 깨끗이 씻어내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고 한다. 발 씻기에 참 좋은 날이 곧 온다.